전복 청정국 인증, 10년 방역의 결실
K-수산, 세계 첫 3개 분야 7종 질병 무결점
“병 없는 전복”에 프리미엄 수출 길 열린다

“이제는 전복 키우는 게 자부심이에요.”
10년 넘게 전남 완도에서 전복 양식을 해온 이모(64) 씨는 청정국 지위 획득 소식에 감회가 남다르다. 매일 수온을 체크하고, 폐사율을 낮추기 위해 사료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던 시간이 떠올라서다.
이 씨는 “예전엔 병 하나 나면 수출길 막힐까 노심초사했는데, 이젠 세계에서 인정해줬다니 보람이 크다”며 “앞으로도 전복 키우는 손끝에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병 없는 전복”이 만든 기적, 세계가 인정한 10년의 땀
전복 한 마리에 담긴 10년의 땀방울이 마침내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청정 해역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양식 어업인들의 끈질긴 노력과 정부의 체계적 관리가 빚어낸 쾌거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제노할리오티스 감염증’ 청정국 지위 획득 소식은 방역 관리의 성과를 넘어, 한국이 전 세계 수산물 시장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지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10년에 걸쳐 7천 개가 넘는 국내 전복 양식장을 조사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그 자체로 하나의 국제적 보증서이자, 수산업계의 오랜 노력에 대한 공인된 보상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3위의 전복 수출국이다. 연간 6천만 달러(약 818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수출 효자 품목으로, 일본과 홍콩, 베트남, 미국 등 다양한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남 완도를 중심으로 한 고도화된 양식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전복이라는 생물이 외부 환경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하나의 감염이 양식장 전체를 위협할 수 있고, 한 번의 방역 실패가 국제 수출 시장에서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WOAH가 인정한 ‘청정국 지위’는 한국 전복 산업의 체질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세계 최초 3개 분야 7종 인증… K-수산 방역, 새 기준 세우다
해외 시장에서는 수입 수산물에 대한 검역 기준이 해마다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청정국 지위는 이러한 비관세 장벽을 넘어서는 가장 효과적인 패스권으로 작용한다.
복잡한 수입 검역 절차를 줄이고,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며, 바이어들에게는 ‘검증된 프리미엄’이라는 확신을 제공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더 주목할 점은 이번 성과가 단일 품목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새우, 어류, 패류를 포함한 수산생물 3개 분야에서 총 7개의 질병에 대해 청정국 인증을 획득한 세계 최초 국가다.
이 말은 곧, 특정 품종에 국한되지 않고 수산물 전반에서 방역과 검역 시스템이 국제 기준을 충족한다는 뜻이다. 전복은 그 일곱 번째 주인공이 된 것이다.
10년에 걸친 조사와 관리, 그리고 수천 개 양식장의 협력이 만들어낸 이 성과는 우연이 아니라 축적된 역량의 결과다. 수산 방역이라는 눈에 띄지 않는 영역에서 세계 최정상 수준의 체계를 구축해낸 것이다.
수산물 산업은 식재료 공급을 넘어 국가의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분야다. 이번 청정국 지위 획득은 수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가려는 한국에게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