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500원? “이제 맘껏 먹을 수 있겠네”…서민들 ‘우르르’ 몰리더니 ‘활짝’

PB라면, 500원대 완판 행진…“이름은 없어도 맛은 있다”
‘싼 게 비지떡’ 옛말…유통업계, 품질까지 잡았다
브랜드 없는 브랜드, 소비 기준을 바꾸다
PB상품 완판 행진
출처: 연합뉴스

“싸길래 몇 번 사봤는데, 가성비가 진짜 괜찮더라.”,“’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잘 안 들어맞을 때도 있는 듯.”

고물가 시대, 라면 한 그릇도 눈치 보며 사는 세상이 됐다. 식탁 위 가장 소박한 한 끼였던 라면이 이제는 가격표를 두 번 보게 하는 품목이 됐다.

이 와중에 대형마트와 편의점들이 정면 승부를 걸었다. 이름은 없지만 가격은 절반, 맛은 기대 이상인 PB(자체 브랜드) 라면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바꾸고 있다.

‘이 가격에 이 맛?’…PB라면, 팔리는 이유 있었다

처음엔 반신반의였다. 이마트 진열대에 등장한 ‘노브랜드 라면한그릇’. 봉지당 456원이라는 가격에 품질까지 기대하긴 어려웠다.

PB상품 완판 행진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1월 40만 개 팔리던 이 라면은 5개월 만에 60만 개 가까이 팔리며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해물맛, 건면 신제품까지 추가되며 라인업도 넓어졌다.

홈플러스의 ‘이춘삼 짜장라면’은 500원이라는 출고가에도 불구하고 1,400만 개 넘게 팔렸고, 편의점 CU의 480원짜리 ‘득템라면’은 출시 3년 만에 700만 개를 돌파했다.

GS25는 중량을 늘리고도 가격을 1,000원 이하로 맞춘 ‘면왕’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저가? 고급? 둘 다 잡았다”…유통업계의 투트랙 ‘승부수’

이렇게 저렴한데도 잘 팔리는 이유는 단순히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PB상품 완판 행진
출처: 연합뉴스

PB상품이 본격적으로 인식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예전엔 브랜드 없는 저가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통업체들이 가격과 품질 모두를 잡기 위해 유통 구조를 싹 갈아엎었다.

제조사와 직접 계약해 중간 유통을 줄이고, 별도 광고 없이 자체 매장을 홍보 채널로 활용하면서 마케팅 비용도 크게 줄였다. 아예 매장을 전시장 삼아, 소비자와의 거리를 최소화한 셈이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유통업체의 전략 변화다. 단순한 저가공세를 넘어서 고급화와 초저가를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됐다.

이마트의 ‘피코크’는 맛집 콜라보와 밀키트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자체 레시피와 콘셉트로 브랜드 못지않은 품질을 내세운다. 편의점은 MZ세대 취향에 맞춘 가성비 간편식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름값보다 실속…‘브랜드 없는 브랜드’의 시대

PB상품 완판 행진
출처: 연합뉴스

PB라면의 인기는 결국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대신 ‘괜찮아서 사는 물건’이 되면서, 소비의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브랜드 네임보다 맛과 가격, 접근성을 따지는 시대. 유통업체의 이름을 단 라면이 그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다.

지금의 흐름은 시작일 뿐이다. PB상품이 라면을 넘어 다양한 품목에서 브랜드 제품을 대체하고 있는 지금, 유통의 주도권은 조용히 옮겨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브랜드 없는 브랜드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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