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방화범은 국경변방으로 유배 처분
관아나 창고 방화는 참형으로 처벌
현대 방화범도 최대 15년 징역형

“실수 한 번에 징역에 배상까지… 역시 불조심은 시대를 안 가리네.”
최근 영남권 대형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조선시대 방화범 처벌 수위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에서도 산불에 불을 지르면 최대 징역 15년을 받을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자기 집만 태워도 곤장 100대라는 무시무시한 형벌이 따랐다.
조선시대엔 곤장·교살… 방화는 ‘국가급 중죄’
관아나 이웃집에까지 불을 지르면 여기에 유형 3년형이 더해졌고, 관청 창고나 민가의 물건을 태우면 참형, 사당에 불을 지르면 교살형에 처해졌다. 심지어 왕릉에 방화하면 죄질에 따라 섬이나 국경 변방으로 유배돼야 했다.
당시에는 방화범 검거를 위해 파수대를 두고, 신고자에게 관직이나 면포 200필을 내릴 만큼 사활을 걸었다. 세종 시절에는 범인이 잡힐 때까지 극형 방침을 유지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만큼 방화는 초대형 범죄로 여겨진 셈이다.

현대에도 방화는 엄연한 중범죄다. 산림보호법에 따라 타인의 산림을 태우면 5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자기 산림이라 해도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실수로도 징역·배상… 산불 책임, 가볍지 않아
최근 의성 대형 산불은 성묘객의 실수로 인한 불씨로 추정되고 있는데, 실화라도 산림당국이 원인을 밝혀내면 법적 처벌은 물론 막대한 배상까지 물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 산불의 절반 이상이 쓰레기 소각 부주의나 입산자 실화에서 비롯되는 만큼,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재앙이 된다”는 말이 결코 과장만은 아니다.
산림보호법은 실수로 산불을 낸 경우에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한다.

강릉에서는 담뱃불로 불을 낸 주민 2명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충북 수안보에서는 쓰레기 소각으로 산불을 낸 주민에게 징역 10개월과 8천만 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울산 동구 봉대산 일대 산불을 7년간 37차례 낸 A씨는 징역 10년에 4억2천만 원 배상까지 확정됐다. 이미 여러 사례가 보여주듯, 한 번 불을 지르거나 실수했다가 인생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다.
절반 못 미친 검거율… 드론·CCTV로 추적 강화 예정
2021년부터 올해 3월 24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2,108건 중 방화·실화로 검거된 사례는 817건이다. 이 중 징역형 43건, 벌금형 161건 등이 있고, 나머지는 기소유예나 내사종결 등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실화자 검거율은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어, 산림당국은 앞으로 위성·드론·CCTV·블랙박스를 활용해 적극적인 추적에 나설 계획이다.

결국, 조선시대 곤장과 유형이 사라졌을 뿐 방화의 위험성은 여전하다.
산림청은 산불 예방을 위해 쓰레기 소각이나 영농 부산물 소각을 삼가고, 화기 사용 후에는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거듭 당부하고 있다.
방화가 아니더라도 부주의 하나로 삶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으니, 작은 불씨 앞에서 경각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다시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