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기간 요건 새롭게 추가돼
5년 미만 거주자 기초연금 받기 어려워져
복수국적자 수급 급증으로 형평성 문제 제기

기초연금 제도가 도입 10년 만에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가 기초연금 수급 자격에 ‘국내 거주 기간’ 요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노인 복지 제도의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초연금 규모의 지속적 확대와 형평성 문제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원되는 제도로,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시행 이후 수급자 수와 예산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4년 약 435만 명이던 수급자는 2023년 약 651만 명으로 늘었고, 단독가구 기준 월 지급액은 같은 기간 20만 원에서 2024년 33만5천 원으로 인상됐다. 전체 예산도 2014년 6조8천억 원에서 2024년 24조4천억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러한 양적 성장은 노인 빈곤율 감소와 소득 불평등 개선에 기여했지만, 제도 확대 과정에서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수급 자격 중 ‘국내 거주 기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 것이 주요 쟁점이다.

국내에서 세금을 납부하며 사회에 기여한 노인과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복수국적을 가진 65세 이상 노인들이 오랜 해외 생활 후 귀국해 기초연금을 신청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복수국적자 수급 현황과 제도 개선 필요성

기초연금을 받는 복수국적자 수는 2014년 1,047명에서 2023년 5,699명으로 10년 동안 5.4배 증가했으며, 지급 금액도 22억8천만 원에서 212억 원으로 9.3배 늘어났다.

이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해외에서 생활하며 국내에서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를 거의 납부하지 않았음에도, 소득 기준만 충족하면 국내 거주 노인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정부는 작년 9월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만 19세 이후 국내 5년 이상 거주’ 조건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초연금이 국내 사회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더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하고, 고령화로 인한 재정 부담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해외 사례와 전문가 의견

기초연금과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이미 수급 자격에 거주 기간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는 최소 10년, 스웨덴은 최소 3년, 노르웨이는 최소 5년 등 국가마다 다르지만, 일정 기간 해당 국가에 거주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는 기초연금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해당 국가와의 사회경제적 연관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최저 보증 연금” 수급 자격에 3년 이상 거주 요건을 두고, 복수국적자나 해외 체류자의 재산·소득 신고 의무를 강화해 제도 악용을 방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