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현대차, 전기밴 포함 차량 5종 공동 개발
북미 전기차·상용차 시장 정조준한 전략적 맞손
기술은 한국, 생산은 미국…이익 맞춘 정교한 협력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제너럴 모터스(GM)와 대한민국 대표 기업 현대자동차가 전례 없는 전략적 제휴를 결정했다.
100년 역사의 거인이 K-모빌리티의 기술 강자에게 손을 내민 이번 협력은, 신차를 함께 만드는 수준을 넘어 격변하는 시장의 파도를 넘기 위한 절박함과 정교한 셈법이 맞물린 결과물이다.
“기술은 현대, 시장은 GM”… 맞손으로 완성한 정교한 맞교환
양사의 동맹은 총 다섯 종류의 차량을 공동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남미 시장을 겨냥한 소형차와 SUV, 픽업트럭 4종과 함께, 이번 협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이 포함됐다.

이는 각자의 가장 아픈 약점을 상대의 강점으로 메우고,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정교한 ‘맞교환’ 전략으로 풀이된다.
GM은 대형 픽업트럭과 SUV 등 내연기관 시장의 절대 강자지만, 전동화 시대의 흐름 앞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자체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은 기대 이하의 성과를 냈고, 야심 차게 내놓았던 전기 상용차 브랜드 ‘브라이트드롭’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단기간에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GM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기술력을 입증한 현대차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던 셈이다.

반면 현대차의 위상은 다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필두로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까지 아우르는 친환경차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GM은 현대차의 검증된 기술력을 통해 개발 리스크와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이고,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할 동력을 얻게 된다.
현대차, GM 어깨 타고 북미 상용차 ‘철옹성’에 진입한다
그 대가로 현대차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북미 상용차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한다. GM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현지 생산 인프라는 가장 큰 무기다.
특히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관세 회피는 물론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이번 협력의 결정적 가치로 평가된다.

결국 이번 협력은 ‘전통의 강자’가 생존을 위해 ‘기술의 강자’와 손을 잡은 필연적 선택이다.
거대한 기술 전환의 파도 앞에서 새 동력이 필요했던 GM과, 북미라는 거대 시장의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야 하는 현대차의 필요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등장할 공동 개발 차량의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동맹은 그 자체만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권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기술력으로 세계의 중심에 선 한국 자동차 산업이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