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가전 또 매각
삼성전자 인수 관심 표명
수조원 규모 거래 전망

최근 일본 가전업계에 충격파가 몰아치고 있다. 한때 세계 가전 시장을 주름잡던 히타치제작소가 자국 내 백색가전 사업 매각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히타치가 여러 기업에 백색가전 사업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며, 삼성전자 등이 관심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매각 규모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전환에 밀린 가전 사업

히타치가 매각하려는 기업은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히타치 글로벌라이프설루션스다. 이 회사는 2024년도 매출이 전년 대비 3% 감소한 3676억엔을 기록했다. 약 3조5천억원 규모의 사업체가 매물로 나온 셈이다.
히타치가 백색가전 사업을 손 떼려는 이유는 사업 구조 전환에 있다. 히타치는 철도와 송배전 설비, 정보통신 서비스, 산업기기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발부터 보수·유지까지 담당하며 장기간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반면 백색가전 사업은 제품 판매 이후 디지털 기술을 통한 추가 수익 창출 방법이 제한적이다. 히타치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히타치는 과거에도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2021년에는 해외 가전 사업을 터키 대기업에 넘겼고, 핵심 업체로 꼽혔던 히타치금속도 매각했다. 이번 백색가전 사업 매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본 가전 왕국의 이탈

히타치의 백색가전 사업 매각은 일본 가전 업계 전반의 변화를 상징한다. 일본은 한때 세계 가전제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2010년대 이후 차츰 주도권을 내줬다.
산요전기, 도시바, 샤프는 이미 백색가전 사업을 매각했다. 파나소닉홀딩스도 가전 사업 철수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히타치까지 매각하게 되면 일본 대표 가전 브랜드들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일본 내 여론은 복잡하다. 히타치는 일본 백색가전 시장에서 세탁기 부문 1위, 전체 가전 합계 기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뢰도도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표 브랜드가 매각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언론에서는 “2010년 이후 일본 가전의 주역이 아시아 세력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히타치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에게는 절호의 기회

삼성전자가 히타치 백색가전 사업을 인수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상당하다. 가장 큰 효과는 일본 시장 재진입이다. 삼성전자는 2007년 일본 가전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오랫동안 존재감이 미약했다.
히타치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는 현지 제조·유통·애프터서비스 네트워크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다. 히타치가 구축한 브랜드 신뢰도도 활용 가능하다.
보수적인 일본 소비자들에게 삼성 브랜드만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지만, 히타치 브랜드를 통해서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일본 내 주요 유통 채널과 전국 단위 서비스 네트워크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가전의 기술이 좋았는데,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결국 이렇게 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