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화재로 중국 배터리 신뢰 ‘흔들’
CATL, 미국 재진출에 도전장
안전성 확보가 시장 생존 열쇠
지난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고는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며, 전기차 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미쳤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재를 일으킨 벤츠 EQE에 탑재된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파라시스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셀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으로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다시 한번 주목받으면서, 중국 배터리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특히, 글로벌 1위 배터리 제조사 CATL와 같은 중국 배터리 브랜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뢰도는 여전히 중국 배터리 업계의 과제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적 강자로 자리 잡았지만, 신뢰도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파라시스는 세계 8위 배터리 제조사로, 벤츠와 협력해 EQE 외에도 EQA와 EQB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파라시스 배터리는 과거에도 화재 위험으로 인해 리콜된 사례가 있다.
2021년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특정 환경에서 화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3만여 대를 리콜한 사건은 중국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중국 배터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CATL은 기술력과 점유율 면에서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안전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과 맞물린 CATL의 행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CATL은 미국 시장 진출을 재추진하고 있다. CATL의 회장 쩡위췬은 과거 미국에 투자하려던 시도가 거부됐지만,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CATL의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제품을 팔려면 공장을 세우고 우리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조건부로 중국 기업의 진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 기조는 CATL 같은 배터리 제조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CATL은 이미 기술 라이선스를 통해 포드와 협력하고 있으며, 포드는 CATL의 기술을 활용해 미시간에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를 설립 중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될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는 F-150 라이트닝과 머스탱 마하-E 같은 포드의 대표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그러나 CATL이 미국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신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인천 화재와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면, CATL뿐만 아니라 중국 배터리 산업 전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안전성 문제는 소비자 신뢰와 직결되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앞으로 CATL과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안전성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