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47%까지 폭탄 세일
중고차 시장까지 연쇄 부작용
한국도 대응 전략 수립해야

100개 이상의 업체가 난립한 중국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장 재편에 들어갈 전망이다.
3년 전부터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두 자릿수 할인율을 내세우며 신차마저 헐값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전기차의 선두 업체인 비야디(BYD)는 지난달까지 약 15만대의 재고가 쌓여 있는데, 이는 비야디 한 달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
이에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업체는 적체된 재고 물량을 해소하고 생산 목표 달성을 동시에 노리기 위해 할인 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업체의 가격 인하 경쟁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제 살 깎아 먹는 출혈 경쟁 심화

중국 전기차 업계 1위인 비야디의 폭탄 세일은 끝없는 출혈 경쟁을 불러오고 있다. 비야디는 지난 23일 22개 모델을 대상으로 최대 34%에 이르는 할인율을 적용한다고 공표했다.
이러한 비야디의 파격적인 할인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2위인 지리자동차는 26일, 7개의 모델에 대해 다음 달 1일까지 최대 18%의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출혈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그리고 비야디와 지리자동차가 촉발한 출혈 경쟁의 끝은 체리자동차가 장식했다. 지난 28일, 체리자동차는 오는 6월2일까지 산하 브랜드 4개의 31개 차종에 대해 두 자릿수 할인율을 적용한다고 발표했으며 최대 할인율은 무려 47%에 이른다.

중국 내 전기차 업체들은 4월 들어 재고가 증가하고 월 판매량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하락하자 추가 할인 정책으로 상황을 반전하려 하고 있다.
주행 이력조차 없는 중고차 등장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에는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는 실제 주행 이력이 없는 차량을 중고차로 등록해 판매하는 방식인데 사실상 신차나 다름없는 차를 중고차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시장 질서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중고차 플랫폼에는 이러한 차량을 판매하는 업체가 최소 300~400곳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역시 중국의 전기 자동차 회사가 난립하며 발생한 문제로 지적된다.
100여개 업체가 난립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절반 이상은 시장 점유율이 0.1%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비야디와 지리자동차 등이 재고 물량을 정리하기 위해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을 시도하자 중고차 시장까지 각종 부작용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출혈 경쟁에 한국도 흔들릴 수 있어

시장 질서를 흐리는 중국 전기차의 과도한 출혈 경쟁은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 중국 현지 맞춤형 전기차로 일렉시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야디 등이 가격 인하 정책을 이어 나간다면 현대차도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은 브랜드 이미지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선시되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 내 출혈경쟁이 심화하면 기존의 글로벌 자동차사의 전략은 전면 수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