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도그데이즈’에서 세계적인 건축가로 분했다.
19년 전 만난 김덕민 감독을 향한 ‘의리’만으로 해당 영화에 출연을 결심했음이 알려지면서, 이혼 등 어려움을 겪었던 윤여정의 과거사도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도그데이즈’ 김덕민 감독에 대해 윤여정은 “시나리오가 좋고, 내 역할이 좋은데, 돈까지 많이 주는 감독은 없는 거다. 시나리오를 보려면 돈을 보지 말아야 한다. 김덕민 감독은 오래 전 조감독 시절부터 봐 왔는데 입봉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한편 윤여정은 오스카 수상 소감에서 두 아들을 언급하며 “저를 일하게 만든 아이들에 대해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거머쥔 윤여정은 힘들었던 지난날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그는 배우로서도, 엄마로서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1970년대 초 전도유망한 배우였던 그는 가수 조영남과 결혼하며 연기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결혼 13년 만에 조영남의 외도로 이혼하면서 아들 둘을 홀로 키우게 됐다.
영어에도 익숙지 못했던 그에게 미국살이는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1975년부터 1984년까지 동네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미국에 거주했던 그는 드라마를 보며 힘겹게 영어 공부를 했다.
그러던 그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1985년, 40대가 다 되어서였다.
윤여정은 당시를 떠올리며 “여자 배우들은 결혼하면 모든 경력이 끝나던 시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배우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에게는 ‘결혼한 여배우’뿐만이 아니라 ‘이혼녀’라는 딱지까지 붙어 있었다. 1980년대의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는 이혼한 여성을 어딘가 문제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했다.
윤여정은 당시를 떠올리며 “사람들은 배우 윤여정을 이미 잊었고, 나는 단지 이혼녀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앞길이 탄탄했던 배우 윤여정은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연기할 기회를 잃게 되었다.
그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 고민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나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일이 필요하니 단역이라도 다 했다. 예전에는 세트장에서 연기했지만, 갑자기 길바닥에서 연기하려니 좀 부끄럽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불러주는 사람이 거의 없는 채로 연기자 생활을 이어가려니 너무 버거웠던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마트 캐셔라도 할까 싶었다. 그런데 김수현 작가가 미쳤냐고 하더라. 재주가 있으니 계속 배우를 하라고 붙잡았다”고 전했다.
그 후로도 윤여정의 연기 생활은 순탄치 않았지만 싱글맘으로서 두 아들을 키워야 했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윤여정은 “20년 전 스타로 데뷔했을 때의 자존심 따위는 이미 다 버렸다. 그때부터 나는 아주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두 아들을 위해 어떤 배역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연기를 해온 윤여정은 결국 2021년 4월,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로 오스카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도그데이즈’ 김덕민 감독에 대한 윤여정의 의리와 과거 힘들었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자 누리꾼들은 “연기만 잘하시는 게 아니라 남다른 의리까지. 정말 대배우라고 부를 만하다”,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셨다. 멋지다”, “윤여정의 다음 작품도 무척 기대가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