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또 타갔다”…수백억 ‘공짜’ 정부 지원금에 ‘부글부글’

실업급여 부정수급 230억…안전망에 균열
‘숨 고르기’ 대신 ‘쉬어가기’, 제도 취지 흔들
단속보다 복원력…일터로 돌아갈 해법 시급

올해 실업급여 부정수급 적발액이 230억 원에 이르면서, 재취업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틈새’를 노리는 이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1만 7천 건을 넘겼지만, 환수율은 66% 수준에 그쳤다.

3분의 1은 여전히 미환수 상태로, 국세 체납 절차를 통한 강제 징수가 이뤄지지만 그 과정은 더디고 복잡하다. 하지만 문제는 돈을 되찾는 속도를 넘어, 왜 이러한 부정수급이 반복되느냐에 있다.

‘숨 고르기’에서 ‘쉬어가기’로… 흔들리는 실업급여의 취지

본래 재취업을 위한 ‘숨 고르기’ 시간이어야 할 실업급여가 일부에겐 ‘잠시 쉬어가는 월급 통로’로 전락한 셈이다. 실제로 부정수급액은 해마다 늘고 자진신고는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1만 3천 건이던 자진신고는 지난해 8천 건대로 급감한 반면, 부정수급액은 같은 기간 282억 원에서 322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제도에 대한 신뢰와 책임감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다른 위험 신호는 ‘반복수급자’의 증가다. 구직급여를 세 번 이상 타간 사람은 최근 3년 새 12% 넘게 늘었다.

전체 수급자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특정 수급자가 반복 등장하는 현상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재취업률 자체는 높아졌지만, 일자리를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고용의 질이 문제로 지적된다.

단속보다 복원력, 사람을 다시 일터로 이끌 해법이 필요하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제도의 취지와 현실의 괴리’다. 일시적 도움의 안전망이어야 할 실업급여가 현실에서는 장기 의존의 통로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고용 구조라는 토대 위에 일부의 도덕적 해이가 겹치며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속과 환수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복수급의 근본 원인, 즉 고용 충격을 흡수하고 회복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복원력’을 높이는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정부의 환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의 초점이 사람을 다시 일터로 이끄는 데 맞춰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정수급액을 거둬들이는 강한 손보다, 일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장기적 시선이다. 실업급여가 ‘버티는 수단’이 아닌 ‘다시 뛰기 위한 디딤돌’로 바로 설 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환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