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5일제 논의 불붙었는데”… 조용히 미소 짓는 ‘이곳’, 이유 뭐길래

일부 기업들 주4일제까지 도입
근무 유연성 확대하며 생산성 향상 성과
노사 협력과 정부 지원 필요성 대두

국내 노동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노동계의 주 4.5일제 도입과 정년연장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근무 형태 변화를 추진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유연근무 실험

8일 산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근무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노동시장 개편의 선도적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는 2주간 80시간 이상 근무한 후 금요일에 휴무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만 50세 이상 또는 근속 25년 이상 직원이 희망할 경우 최대 2년간 유급 휴직을 허용하는 ‘넥스트 커리어’ 제도를 통해 고령 근로자들의 새로운 진로 모색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월 평균 주40시간을 충족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삼성전자는 3자녀 이상 직원에 대해 정년 퇴직 후 심사를 거쳐 최대 2년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혜택까지 제공하며 유연한 인력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주 4일제의 놀라운 효과

대기업의 유연근무제 시행과 더불어, 중소기업 중에서는 기업교육 전문업체 휴넷이 2022년 7월부터 과감하게 주 4일제를 시행해 눈길을 끈다.

그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주 4일제 도입 1년 후 채용 경쟁률이 3배 이상 상승했고,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더욱 주목할 점은 직원들의 높은 만족도다. 휴넷 직원들의 93.5%가 주 4일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94.1%는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이는 근무 시간 단축이 업무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기존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사례다.

보안업체 슈프리마 역시 유사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주 4.5일제 도입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2%, 51% 증가하는 놀라운 결과를 기록했다.

노동시장 개편의 과제와 한계

이러한 선도적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모든 기업에 일괄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각 기업마다 사업 환경과 재정 상황이 상이하기 때문에 개별 사례를 전체 산업계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 4.5일제나 정년연장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며 “법적 강제보다는 인센티브 제공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로 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감소를 인정하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이며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 개편의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기업 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OECD 평균의 77%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첨단 분야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 AI를 통한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근로자는 업무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며 “정부도 이러한 노력을 하는 기업에 세금 감면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