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위헌 판결 시 징수액 전액 환급 위기… 재정 파탄 우려
美 대법원, 정치적 파장 고려해 판결 미루며 장고… 2월 중순 분수령
韓 산업계의 역설 “차라리 트럼프가 이기는 게 낫다”… ‘플랜 B’ 보복 공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심 무역 정책인 ‘상호관세’의 운명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손에 맡겨졌다.
당초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최종 판결이 2월 중순 이후로 미뤄지면서, 미국 정가와 글로벌 통상 시장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미국 재정을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헌으로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거둔 관세를 기업에 환급해야 하는 재정 압박에 직면한다.
트럼프의 공포 “지면 우리는 망한다(Screwed)”
사건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이 법은 전쟁이나 국가 비상사태 시에만 대통령이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강력한 권한이다.

하급심(1·2심)은 “무역 적자는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다”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했다. 이제 대법원의 최종 확정만 남은 상태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석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온다면 우리는 망한다(screwed)”며 “되돌려줘야 할 금액이 수조 달러(수천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환급액이 수조 달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년간 누적된 징벌적 관세를 일시에 환급할 경우 미국 재정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판결을 미루는 배경에도 이러한 ‘정치·경제적 파장’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헌 결정은 곧 현직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무력화하고 국정 동력을 꺾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설… “트럼프가 이겨야 반도체가 산다?”

통상적으로는 관세가 무효화되는 것이 수출국에 호재다. 하지만 한국 산업계의 계산법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차라리 합헌 결정이 나와서 현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하다”는 역설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유는 트럼프의 ‘플랜 B’ 때문이다. 만약 상호관세가 위헌으로 막힌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포기하는 대신 더 강력하고 정교한 무역 제재 수단을 꺼내 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나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다. 상호관세가 전 품목에 대한 포괄적 제재라면, 이 법들은 특정 산업을 정밀 타격하는 무기다.
특히 우려되는 분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다. 이미 자동차와 철강은 쿼터제나 기존 관세 협상으로 어느 정도 방어벽을 쳤지만, 반도체는 무방비 상태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메모리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100% 관세를 내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에서, 상호관세라는 카드가 막히면 그 화살이 고스란히 한국 반도체 기업을 향한 ‘품목별 보복 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의지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만 사라지면 더 거친 무역 제재가 나올 수 있다”며 “불확실성 확대보다 합헌으로 기존 질서가 유지되는 편이 한국 기업 대응엔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