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지속된 한국 문제? “지금 아니면 답 없다”…전문가의 살벌한 경고, 왜?

AI 시대 직격탄 맞는다
정규직 70% 집착이 독
노동시장 대수술 시급

“AI 기술 발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 제약 요인이다” 한국은행 고용연구팀 서동현 박사가 한국 노동시장을 향해 던진 직격탄이다.

인공지능이 일자리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는데, 한국만 정규직 신화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바꾸지 않으면 AI 대전환기에 한국의 국가 경제 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70% 정규직 집착, AI 시대엔 치명타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정책 제안서에서 서 박사는 충격적인 현실을 지적했다.

한국의 정규직 비중은 2023년 기준 70.4%로 여전히 70%대를 고수하고 있다. 2007년 76.2%에서 소폭 감소했지만, 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다른 나라와의 격차다. 네덜란드는 단시간 근로자가 전체의 40%에 달한다. 미국, 독일, 일본도 20%를 넘는다. 반면 한국은 9.6%에 불과하다.

서 박사는 “AI가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이 늘면서 인간 노동은 프로젝트 위주의 간헐적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 51%, AI 영향권에 들어간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는 더욱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국내 일자리의 51%가 AI 도입에 대체되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부터 사라지기 시작해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도 신규 정규직 채용을 줄이는 ‘조용한 전환’에 들어갔다. AI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에 굳이 정규직을 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특유의 이중구조다. 대기업 정규직은 철밥통이지만, 비정규직은 언제든 잘릴 수 있는 불안한 신세다. 임금 격차도 심각하다. 이런 구조에서 AI 충격이 가해지면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청년, 여성, 고령층이 집중된 비정규직 일자리부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 박사는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

최근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한 배경에는 이러한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면서도 더 오래 일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한국 사회가 직면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유연한 근무 형태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 다양한 근무 형태를 인정하고 적극 확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튼튼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서 박사는 “AI는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의 경직된 구조로는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시간 기준이 아닌 성과 중심 평가, 멀티잡 허용, 프로젝트 단위 계약, 안식년과 학습휴가 확대 등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도 원격근무 인프라 구축, 성과 중심 인사 시스템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십 년간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었던 노동시장 이중구조.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