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화면에 감춰진 치명적 덫
사라졌던 딸깍 소리의 귀환
기술 과시보다 중요한 건 생존

한때 자동차 실내를 장악했던 대형 터치스크린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되면서, 완성차 업계의 설계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혁신과 미니멀리즘을 앞세워 물리 버튼을 없앴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최근 다시 아날로그 버튼을 실내에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의 변화가 아니라, 첨단 기술이 간과했던 ‘직관적 안전’이라는 자동차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터치스크린의 함정, 수치로 입증된 사고 위험

물리 버튼이 사라지면서 운전자는 조작 시 도로에서 시선을 오래 떼게 된다. 2022년 스웨덴 자동차 전문지 ‘뷔 빌리에가레’의 실험에 따르면, 물리 버튼이 있는 구형 차량은 특정 기능 조작에 평균 10초가 걸렸지만, 터치스크린 기반의 최신 차량은 최대 45초가 소요됐다.
시속 110km로 주행 중일 때 45초는 약 1.3km를 전방을 보지 않고 주행하는 것과 같다. 이는 화면 속 복잡한 메뉴를 탐색하는 행위가 실질적으로는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에 가까운 위험이라는 뜻이다.
음성 인식 시스템 역시 소음, 인식 오류 등으로 인해 운전자에게 이중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물리 버튼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안전성 기준 강화, 제조사들을 움직이다

이러한 안전성 문제는 결국 국제적인 규제로 이어졌다. 14일(현지시간) IT 매체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기구인 유로 NCAP은 2026년부터 새로운 감점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방향지시등, 비상등, 경적, 와이퍼, 긴급구조 호출 등 주행 중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5가지 핵심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제공하지 않을 경우 최고 안전 등급을 획득할 수 없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ANCAP 역시 동일한 기준을 예고하며 전 세계적으로 완성차 제조사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발맞춰 제조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대표적으로 기아의 요헨 파에센 내장 디자인 부사장은 지난 11일 영국 오토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과잉을 경계하며, 모든 사용자가 숙련도에 상관없이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는 실내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제조사들이 비용 절감이나 심미성보다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시장과 규제 당국의 강력한 요구를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시 쓰는 인테리어 철학, “덜어내는 것이 기술”

규제와 여론에 직면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며 설계 철학을 수정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토마스 셰퍼 CEO는 “ID 시리즈의 과도한 터치스크린 채용이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었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신형 티구안과 골프 GTI 등 최신 모델에서는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에 물리 버튼이 다시 탑재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와 기아도 이 흐름의 선두에 서 있다. 사이먼 로스비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은 “주행 중 핵심 기능은 운전자의 손끝에서 직관적으로 조작 가능해야 한다”며 인간 중심 접근 방식을 강조했다. 실제로 기아의 신형 K4는 오디오와 공조 시스템에 독립된 물리 버튼을 적용해 조작의 직관성을 높였다.
자동차 인테리어의 진보는 화려함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단계를 덜어내어 운전자가 운전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본질로 회귀하고 있다.
결국 물리 버튼의 복귀는 단순한 회귀가 아닌, 사용자 중심이라는 자동차 설계의 본질로의 재정립이다. 디지털 기술이 계속 진화하더라도, 운전의 핵심은 직관과 안전에 있다는 인식은 앞으로 차량 개발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