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 이제 어떡하라고”…대기업들 우려하던 상황, 경고음 떴다

하반기 대기업 채용시장 꽁꽁 얼어붙었다
10곳 중 6곳 “채용 계획 없거나 미정”
경기 불확실성에 기업들 허리띠 졸라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자녀의 한숨이 깊어질수록 부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국내 대기업들의 하반기 채용 시장에 경고음이 울리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 시장에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채용 시장…10곳 중 6곳 ‘깜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11일 발표한 ‘매출액 500대 기업 하반기 채용계획’ 조사 결과는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10곳 중 6곳 이상(62.8%)이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아예 뽑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로, 채용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은 24.8%로, 지난해보다 7.3%포인트나 급증했다.

설상가상으로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에서도 작년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37.8%에 달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업종별로는 건설·토목, 식료품,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주력 산업 분야에서 채용 계획이 불투명한 비율이 특히 높았다.

‘긴축 경영’의 그늘, 신규 채용부터 줄인다

기업들이 채용의 문을 굳게 닫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이었다. 채용을 줄이거나 보류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기업(56.2%)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영 긴축’을 꼽았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 고환율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투자 성격이 강한 신규 채용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의미다.

한경협은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과, 계획이 있어도 규모를 줄이려는 기업이 모두 크게 늘어 채용 시장이 지난해보다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기업들을 극도로 방어적인 자세로 돌아서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뽑을 사람도, 뽑아도 문제…’미스매치’의 늪

채용 시장의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의 숫자만이 아니다. 기업들은 인재를 뽑는 과정에서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기업들은 채용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요구 수준에 맞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29.4%)는 점을 꼽았다.

특히 연구·개발직과 전문·기술직 등 고급 인력 확보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기업은 원하는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구직자들은 갈 만한 일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존 주력 산업의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신산업마저 고용을 책임지기엔 역부족”이라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기업이 다시 채용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투자 지원 같은 실질적인 정책으로 정부와 국회가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