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6만명, 불법사금융으로
카카오톡 신고시스템 가동
연 1200% 금리의 절망

“더 이상 빌릴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한 40대 직장인의 고백이 우리 사회 금융 사각지대의 참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제도권 금융기관은 물론 대부업체마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불법사금융뿐이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15일 발표한 충격적인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제도권 금융에서 불법사금융으로 발걸음을 돌린 저신용자가 최대 6만1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불법업체로부터 빌린 돈은 무려 3천800억원에서 7천9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절망의 선택,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서민들

저신용자들의 상황은 갈수록 절망적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3년 이내 대부업체나 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저신용자 1천53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응답자의 72.3%가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뼈아픈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71.6%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점이다.
특히 청년층의 불법사금융 노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20~30대의 불법사금융 이용 경험은 2022년 7.5%에서 2023년 9.8%, 작년에는 10.0%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연 1200% 금리,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
불법사금융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응답자의 약 60%가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연 1천200% 이상의 살인적인 금리를 지급하는 비율이 약 17%에 달한다는 점이다.

100만원을 빌렸다면 1년 후 1200만원을 갚아야 하는 끔찍한 수준이다. 이는 합법적인 대부업체의 최고금리 20%와 비교해도 60배나 높은 수치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이런 상황의 배경으로 법정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법정최고금리가 27.9%에서 20.0%로 7.9%포인트 하락한 결과, 이자부담은 1인당 약 62만원 줄었지만 대부 이용자는 약 135만3천명이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으로 불법사금융 신고 가능해져
이런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16일부터 새로운 대응책을 내놓았다. 카카오와 손잡고 불법사금융업자의 카카오톡 계정 이용을 중지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불법채권추심 과정에서 카카오톡 등 SNS가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이를 차단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채무자나 가족, 지인, 직장동료에게 욕설이나 협박을 하거나 반복적으로 야간에 연락하는 등의 불법채권추심을 당하면 카카오톡 앱을 통해 즉시 신고할 수 있다.

신고 방법도 간단하다. 피해를 가한 계정을 친구목록에서 삭제한 후 채팅창 우상단을 클릭해 신고하면 된다. 신고자의 익명성이 보장돼 2차 가해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7월부터는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다음 달 22일부터는 전화번호 이용중지 제도를 불법대부행위와 채권추심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사금융업자의 카톡 계정 이용중지와 전화번호 이용중지 확대가 민생금융 범죄 수단을 원천 차단하고, 불법사금융 피해에 노출된 서민·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대부업의 서민금융 안전망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탄력적 최고금리제 도입과 대부업 명칭 개선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