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용 센서 납품 성공
테슬라와 23조원 수주 이어 쾌거
적자 허덕이던 반도체 사업 반전

한때 침체기를 겪던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활력이 돌고 있다.
테슬라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23조원에 달하는 수주를 확보한 데 이어, 이제는 애플과 이미지센서 관련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애플 품은 삼성, 소니 1위 자리 노린다
지난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차세대 칩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애플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오스틴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세계 최초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할 제품이 이미지센서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삼성전자는 자체 브랜드 ‘아이소셀’을 통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현재 이미지센서 시장에서는 소니가 51.6%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5.4%로 2위에 머물러 있다. 중국 옴니비전(11.9%)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적자 늪에서 탈출할 기회
이번 계약은 매 분기 적자를 기록해온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에 청신호를 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에서 2조원 후반대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스템LSI는 자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의 채택률 저조와 함께 이미지센서 부문의 점유율 정체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파운드리 부문 역시 수율 문제와 수주 감소로 적자가 지속되어 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연간 2억대 이상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애플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게 되면 소니와의 점유율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애플이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은 미국 내 공급망 확보와 공급업체 다변화를 위한 전략과 함께, 삼성전자 이미지센서의 초고화소, 픽셀 광학 설계 등의 기술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용 회장의 직접 경영이 빛났다

테슬라에 이어 애플과의 계약 성사에는 이재용 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이 회장은 지난달 중순 ‘선 밸리 콘퍼런스’에 참가하는 등 적극적인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이번 수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테슬라에 이어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의 수주를 받았다는 것은 삼성 파운드리가 흑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HBM4 공급망 진입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