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값 평년보다 40% 치솟아
해수부, 김 수급조절 위해
마른김 비축 재도입 추진

김 가격이 연일 치솟으면서 우리 식탁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 급증으로 국내 공급이 부족해지자 정부가 결국 수급 안정화에 직접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김 가격이 저렴할 때 수매해 보관했다가 가격이 많이 오를 때 시중에 물량을 공급하는 비축 제도를 20년 만에 재도입하기로 했다.
20년 만에 돌아온 김 비축제도
해수부는 10일 김 가격 안정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마른김 비축 예산 증액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8일 기준 마른김 평균 소매가격은 10장에 1,347원으로 평년(952원)보다 41.5% 높은 수준이다.
연평균 마른김 가격도 2023년 1,019원에서 지난해 1,271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는 1,384원까지 치솟았다.
김 비축은 1979년부터 시행되다 2006년 가격 폭락과 품질 저하 등을 이유로 중단된 지 거의 20년 만에 재도입되는 것이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양식 수산물은 생산 예측이 가능해 비축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양식 수산물까지 비축을 확대해야 한다”며 “그중에서도 김부터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 급증으로 내수 공급 부족

김 가격 급등은 중국과 일본의 김 생산 부진으로 국내 김 수출이 급증하면서 내수 공급이 부족해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김 수출액은 2억 8,100만 달러(4,020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2억 3,200만 달러)보다 21.1% 증가했다. 수출량도 1만 161톤으로 작년 동기(9,456톤) 대비 7.5% 늘었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이 두드러진다. 1분기 중국으로 수출된 마른김은 2,258톤으로 작년 동기 대비 97.2% 증가했다.
수출액은 4,629만 달러로 139.7%나 늘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국에선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으로 김밥 붐이 일면서 마른김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미국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1분기 대미 수출액은 5,79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했다.
해수부는 “미국에선 김 스낵이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조미김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출 호황에 힘입어 해수부가 2027년까지 목표로 제시한 ‘연 10억 달러 김 수출’을 올해 앞당겨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작년 김 수출액은 9억 9,700만 달러였다.
수출 호황에도 어민은 울상

그러나 마른김과 조미김 수출이 증가하고 가격도 올랐지만, 정작 원재료인 물김 가격은 최근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작황이 작년보다 개선된 데다 해수부의 신규 양식장 허가, 불법 물김 양식 성행 등의 영향으로 물김 생산량이 급증해 가공업체의 수요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물김 가격은 지난 3월 kg당 1,483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2.0% 하락했다.
반면 마른김 가격은 10장당 1,353원으로 평년의 1.5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수출 호황으로 인한 혜택은 유통·가공업체에 돌아가고, 정작 생산자인 어민들은 그 혜택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정부의 비축 제도 재도입이 국내 소비자 부담 완화와 함께 어민들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까지 양쪽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