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줄고 고령자 퇴직 늦어져
20대 비중 2년 새 3.8%p 감소
정년 연장 논의에 청년층 우려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30세 미만 인력보다 50세 이상 고령 인력이 더 많은 ‘세대 역전’ 현상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청년층의 취업 문은 좁아지고, 고령자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인력 구조의 전환점이 현실이 된 것이다.
20대 인력 비중 첫 20% 아래로…“정말 뽑질 않는다”

지난 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24곳의 인력 구성을 분석한 결과 30세 미만 인력 비중은 19.8%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인력 비중은 20.1%를 기록하며, 두 연령대 간 비중이 처음으로 역전됐다.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30세 미만 직원 수는 2022년 23만 5923명에서 2024년 22만 1369명으로 1만 4554명 감소했다. 반면 50세 이상은 같은 기간 2만 4398명 늘어나는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경기 둔화와 업황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차전지·IT 업종을 중심으로 신입 채용을 줄이는 추세”라며, “퇴직 연기와 맞물려 고령 인력 비중이 계속 올라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10명 중 5곳, 20대 직원 줄었다”…IT·전기·전자서 격차 뚜렷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달 16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매출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낸 67곳의 2024년 기준 20대 임직원 비중은 21.0%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24.8%) 대비 3.8%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임직원 수로 보면 2년 새 4만 7498명이 감소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절반 이상인 38곳(56.7%)에서 20대 인력이 줄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20대 비중이 43.8%에서 28.4%로 15.4%포인트 감소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그 뒤를 SK온, LG이노텍, SK하이닉스, 삼성SDI, 네이버, 삼성전자 등이 이었다.
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신입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바뀌고, 경력직 중심의 채용이 확대되면서 20대 진입 문이 더욱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정년 연장 논의에 청년층 “일자리 더 줄 것”

최근 노동계와 정치권이 정년 연장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시각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23일 20~34세 청년 구직자 500명과 정규직 경력 15년 이상 중장년 재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청년 응답자의 61.2%는 “정년이 65세로 연장되면 청년 채용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중장년 재직자는 50.6%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43%였다.
특히 청년층은 조직 내 고령자 비율이 높아지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세대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80.8%는 “세대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정년 연장은 고령자에겐 희망이지만, 청년들에겐 절망이 될 수 있다”며 “세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