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날아든 러브콜? “이럴 줄은 몰랐다”… ‘복병’ 만난 韓기업, 대체 무슨 일이

한화, 미국 조선업 부활 지원 약속
현지 조선소, 대형 선박 건조 역량 부족
비용 4~5배 폭증, 기술 이전 장기간 소요 전망

한화그이 미국 조선업의 부활을 돕기 위해 거액을 투자하며 큰 기대감이 모였으나, 정작 현지 조선소의 현실적인 역량 부족과 천문학적인 건조 비용 문제로 인해 난관에 부딪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십 년간 쇠락했던 미국 조선업의 재건은 단순한 자본 투입을 넘어 복잡한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의 기술력이 현지에 완전히 이식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했으나 핵심 건조는 ‘한국에서’

지난해 한화그룹이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미국 조선업 부활을 돕겠다는 한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한화그룹이 수주한 미국 선적 선박 12척 중 핵심인 대형 LNG 운반선 2척의 거의 모든 건조 작업이 한국 거제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이는 한화 필리조선소가 아직 복잡한 대형 선박을 건조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필라델피아에서는 한국 거제에서 건조된 LNG 운반선들이 미국 법과 해양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점검하고 보완하는 최종 작업만 진행될 예정이다.

과거 10년간 미국에서 더 단순한 LNG 운반선을 건조하려던 시도들조차 공기가 지연되고 비용이 초과되는 사태를 겪었다는 점이 현지의 기술적 한계를 방증한다.

천문학적 비용 차이, 지속 가능한 르네상스 난망

이러한 기술적 한계와 더불어 미국 조선업 부활의 또 다른 큰 장애물은 비용 문제다.

미국에서 대양을 건널 수 있는 상업용 선박을 건조하는 비용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건조할 때보다 무려 4배에서 5배가량 더 드는 것으로 WSJ는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수주한 미국 항구 사이를 오갈 중형 유조선(MR 탱커) 10척의 경우, 필라델피아에서 건조하는 비용은 2억 2천만 달러(약 3천100억 원)를 넘어설 수 있으나,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약 4천700만 달러(약 670억 원)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해운 컨설팅업체인 카라차스 머린 어드바이저스의 바실 카라차스 최고경영자는 자본 투입만으로는 미국 조선업의 지속가능한 부흥을 이끌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실한 철강 산업, 고도로 훈련된 노동력, 그리고 고급 엔지니어링 및 설계 역량이 자본 투자와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술 이전과 선원 부족 해소가 관건

이러한 기술적 제약과 비용 격차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조선업 부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기술과 숙련된 노하우가 미국으로 이전됨에 따라 한화 필리조선소의 건조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세운 미국 소재 해운사 한화쉬핑의 라이언 린치 최고경영자는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현재 한화 필리조선소에서는 유조선 10척을 건조할 예정이나, 아직 이를 인수할 고객은 찾지 못한 상태다.

선박 파이낸싱 업체 머린 머니의 맷 맥클러리 등 전문가들은 존스 법의 적용을 받는 미국의 상업용 선박 약 150척 중 상당수가 노후화되어 교체가 필요한 만큼, 한화그룹으로부터 새 유조선을 구입하려는 고객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린치 최고경영자는 아울러 상선 선원 부족 문제 역시 미국 상업용 선단을 확대하는 또 다른 걸림돌이라고 지적하며, 한화그룹이 대형 LNG 운반선 2척에 특별 훈련을 받은 미국 선원들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혀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