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4개월 연속 물가하락
생산자물가 32개월째 마이너스
대공황과 놀라운 유사점들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이 100년 전 세계 대공황과 비슷한 징조를 보이고 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디플레이션 신호가 1929년 대공황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5월까지 4개월 연속 물가 하락, 32개월째 생산자물가 마이너스
중국 국가통계국이 9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월 대비 0.1% 내려갔다. 지난 3월과 4월(-0.1%)에 이어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전월 대비로도 5월 CPI는 0.2% 하락해 로이터 전망치와 일치했다. 당국의 내수 촉진 정책 발표와 춘제가 겹친 올해 1월 0.5% 상승했으나, 2월부터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생산자물가지수(PPI)다. 5월 PPI는 작년 동월보다 3.3% 내리며 3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4월(-2.7%)보다 하락 폭이 0.6%포인트 더 커졌으며, 로이터의 시장 전망치(-3.2%)보다도 하락 폭이 컸다.
다른 주요 국가들이 최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박에 직면해 있다.

중국 당국은 소비재 교체 지원 프로그램 등 각종 소비 진작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 긴장과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 등의 영향으로 물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앞서 올해 1월 블룸버그가 글로벌 투자은행 이코노미스트 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중국의 GDP 디플레이터 평균 예상치가 -0.2%로 나와 3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 예고된 바 있다.
1960년대 이후 최장 디플레이션, 대공황과 겹치는 징조들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디플레이션은 1960년대 이후 최장기간이다. GDP 디플레이터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62년부터 1964년 이후 처음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중국 상황이 100년 전 세계 대공황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이다.
1929년 미국 주가 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은 1933년까지 이어지며 디플레이션과 내수 침체의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자산 거품 붕괴 양상도 비슷하다. 대공황 당시 주식과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가계 자산이 급감했고, 현재 중국도 부동산 시장 붕괴로 약 18조 달러에 달하는 가계 자산이 증발하며 소비 위축을 겪고 있다.
과잉생산 문제도 그렇다. 대공황 시기 미국은 자동차와 가전 등 신기술 산업의 과잉생산이 수요 부진을 불렀고, 중국은 제조업 투자 급증과 과잉생산으로 가격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가계 자산이 급감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 투자와 생산도 줄면서 경기 하강과 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진 상태다.
정책 대응 한계,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경신
중국 정부의 대응에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내수 진작책과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소비 심리 위축과 부채 부담,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구조적 문제로 효과가 제한적이다.
시장의 불안감은 국채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안전자산인 중국 국채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인 10년물 중국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저점을 낮추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무서운 점은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해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소비 지출이 줄어들면 기업 이익이 감소해 고용과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현재 중국의 디플레이션 상황은 내수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미중 무역 긴장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서 내수와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과거 대공황 못지않게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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