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업계 1·2위 합병
세계 최대 조선사 탄생
한미 견제 전략적 대응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이 본격화되자 중국의 다급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중국 조선업계 1위와 2위 기업이 전격적으로 손을 잡으며 세계 최대 조선사 탄생을 예고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4일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이 합병을 위해 자국 A주 시장에서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병으로 탄생할 새로운 CSSC는 총 자산 4000억 위안, 연매출 1300억 위안 규모의 거대 조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6년 만에 현실화된 초대형 합병

남선과 북선으로 불려온 두 거대 조선사의 결합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2019년 국영기업 개혁 차원에서 양사 합병을 발표했지만, 주력 분야가 다른 두 회사의 통합 과정은 예상보다 더뎠다.
CSSC는 상업선 건조에 특화된 반면 CSIC는 군함과 항공모함 등 해군 전력 건조를 담당해왔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민간과 군사 분야를 아우르는 ‘민군 융합’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합병 방식은 CSSC가 주식교환으로 CSIC를 흡수하는 구조다. CSIC 주식 1주당 CSSC 주식 0.1339주를 교환하며,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승인도 이미 완료됐다.
베이징 소재 중국기업연구원의 리진 수석연구원은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연구개발과 생산 자원, 공급망 시너지를 더 낼 수 있다”며 “조선산업 고도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조선 협력에 맞불 놓은 중국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속도를 내게 된 배경으로 한미 조선업 협력 강화를 꼽는다. 미국이 세계 2위 조선 강국인 한국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이 발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미 관세 협상에서 나온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 중 1500억 달러를 차지하는 대형 사업이다.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이 0.05%에 불과한 미국은 해양 패권 경쟁의 전략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현지와 업계에서는 한미의 조선 기술 협력과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을 앞세운 글로벌 산업 질서 재편에 중국이 경쟁적으로 대응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이 합병을 서둘러 추진해 자국 조선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선박 건조량의 55.7%, 신규 수주의 74.1%를 차지하며 조선업계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수주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내실 다지기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한국 조선업에 미칠 파장

중국이 세계 최대 조선사를 출범시키며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선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2025년 미국 등 서방국의 대중 무역 제한과 중국산 선박에 대한 항만 부과금 등으로 주문이 일시적으로 한국으로 이동했지만, 이는 구조적 경쟁력보다는 정치적 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LNG·LPG 운반선과 특수선,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량생산 저가선박 시장은 중국에 내주더라도 기술혁신과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당국은 합병 후 새로운 CSSC가 세계 각국 해운사와의 수주 협상에서 기존보다 훨씬 강력해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조선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