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동아줄까지 끊기나”…은퇴 후 몰려들었지만, 달라진 현실에 5060 ‘한숨 푹’

대구 택시 수십 대 대기, 승객은 드물어
면허 취득 쉬워지자 중장년층 진입 증가
수익은 기대와 달리 경쟁 치열한 상황
은퇴 택시 수입
출처: 뉴스1(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대구 서대구역 앞. 이른 아침부터 30여 대가 넘는 택시들이 차선을 따라 길게 도열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해 다가오는 승객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기사들은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거나, 인근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쪽에선 바닥에 앉아 장기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40분 넘게 기다리는 건 기본이에요.” 50대 택시기사 이모 씨는 익숙한 듯 담담히 말했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에 손님 몇 명 태우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대구공항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비행기 한 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사들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시계를 바라보며 대기 중이었다.

은퇴 택시 수입
출처: 뉴스1(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점심 한 끼 값 벌었다”고 말한 77세 김모 씨는 다음 비행기까지 1시간 남았다며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은퇴자 몰리는 개인택시…면허 인기 ‘역주행’

이처럼 택시는 넘치지만, 개인택시 면허를 따려는 이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에서 밀려난 중장년층과 은퇴자들이 새 일자리로 택시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10년 넘게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했던 박모(49) 씨는 “이 나이에 새 직장은 어렵고, 택시는 그나마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진입을 쉽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5년 이상 무사고로 영업용 차량을 운전해야 자격이 주어졌지만, 현재는 일반 승용차 운전 경력만으로도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은퇴 택시 수입
출처: 뉴스1(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여기에 요금 인상, 의무휴무제 폐지 같은 제도 변화도 수입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개인택시면허 가격은 크게 올랐다. 서울은 1억 원을 넘겼고, 신도시나 기업 밀집 지역은 2억 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투자 대비 수익이 괜찮다는 인식에 “몇 년 안에 면허값 뽑는다”는 말도 나온다.

현실은 냉혹… 진입은 쉬워도 생존은 어려워

그러나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고 해서 모두가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건 아니다. 택시 수가 지나치게 많은 대구처럼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하루 종일 운전해도 승객 한두 명 태우기 힘들다는 불만이 크다.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 공항·기차역 등 일부 시간대와 장소를 제외하면 ‘공치는’ 날도 적지 않다.

은퇴 택시 수입
출처: 뉴스1(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간 갈등도 문제다. 대구시는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려 ‘택시 부제’ 재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개인택시 기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면허가 재산권으로 여겨지는 만큼, 운행 제한이 곧 수익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해놓고, 나가긴 어렵게 만든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때 ‘기회의 땅’처럼 여겨졌던 택시업계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규제 완화, 요금 인상, 신규 진입자 증가 등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 산업이 어디로 향할지, 그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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