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만은 안 된다”…17년 만에 칼 빼든 정부, 297만 사장님들 ‘발 동동’

5인 미만 가게도 노동관계법 적용 추진
자영업자 “야간수당 주면 남는 게 없다”
노동권 확대 vs 생존 위기, 충돌 불가피
5인 미만 근로법 적용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연합뉴스

직원 네댓 명이 일하는 작은 가게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재명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겠다고 밝히면서 묻혀 있던 쟁점이 다시 떠올랐다.

그동안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2022년 기준 약 297만 3천 곳으로 전체 소상공인 412만 5천 곳의 72%를 차지했지만, 경제의 허리 역할에도 불구하고 기본 권리 보장은 오래도록 배제됐다.

해고 절차, 야간수당, 연차휴가 같은 기본권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노동자에겐 당연했지만, 동네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들에겐 손에 닿지 않는 권리이었다. 이제는 이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정부가 칼을 빼 든 것이다.

“점주가 밤새워 버티라는 건가”…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반발

이 논의가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다. 출발점은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였다.

5인 미만 근로법 적용
출처 : 연합뉴스

인권위는 사업장 규모를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를 달리 대우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지적하며,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을 적용하라고 국회와 정부에 요구했다. 단순한 ‘노동 문제’를 넘어 ‘차별과 인권’의 문제로 격상된 순간이었다.

이후 정치권의 논의는 점차 활기를 띠었다. 진보 진영은 꾸준히 법 개정을 요구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아예 일자리정책 로드맵에 검토 과제가 포함되면서 공식 의제가 되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등장할 만큼 보편적 과제로 인식됐다. 과거 노동계의 주장에 머물렀던 이슈가 정치권 전반으로 번져간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다. 소상공인 단체는 법 적용 시 가게당 연간 351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계산한다.

5인 미만 근로법 적용
출처 : 연합뉴스

편의점 점주들은 이미 최저임금 인상에 적응하느라 하루 12시간 이상을 직접 매장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야간수당 지급까지 의무화된다면 사실상 ‘점주가 밤새워 버티거나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치킨집이나 작은 식당처럼 좁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곳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항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피해자 근무지를 바꿔주라는 법을 그대로 따르기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근로자 권리 vs 자영업자 생존, 정면 충돌의 갈림길

결국 문제는 누구의 권익을 더 우선시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근로자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길 원하고, 자영업자는 생존을 위협받는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제로섬 게임에 빗대기도 한다. 한쪽이 얻으면 다른 쪽은 그만큼 잃는 구조라는 뜻이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자의 약 3분의 1이 법의 보호 밖에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인 미만 근로법 적용
출처 : 연합뉴스

지금의 흐름은 과거처럼 “검토해보겠다”는 말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국정과제로 못 박았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논쟁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만큼, 섣부른 강행보다는 치열한 사회적 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향후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 할 때다.

Copyright ⓒ 더위드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