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파생품 407개 신규 관세 적용
韓 중소업체 “관세 피할 길 없다”
정부·현대차, 6,300억 원 긴급 투입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을 407개 품목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한국 자동차 부품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관세 적용을 피해왔던 자동차 엔진과 기타 부품까지 새롭게 대상에 포함되면서,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한국산 제품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美 관세 대상 대폭 확대…업계 “예상 못 했다”
미국 상무부는 현지시간 8월 19일,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407개 품목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제프리 케슬러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관세 적용 범위를 확대해 우회 수입 경로를 차단하고, 미국 산업의 재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자동차 엔진 부품(HS 8409.91.50)과 기타 자동차 부품(HS 8708.99.81)등이 새롭게 관세 대상에 올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해당 품목들의 지난해 미국 수출액은 각각 3억 6,800만 달러와 6억 7,400만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이번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이 앞으로도 파생제품 관세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업계는 원산지 입증 강화와 사전 자료 확보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세 회피 어려운 중소기업, 생존 위협
철강과 알루미늄 함량에 따라 최대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면 관세를 피할 수 있지만,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구조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완성차 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 부품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원자재를 조달하고 있어 관세 회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던 자동차 부품 상당수가 이번에 철강 파생상품으로 분류되며 포함됐다”며 “수출 기업들은 원산지 증명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대기업, 6,300억 원 규모 긴급 수혈

정부와 대기업이 긴급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18일 현대차·기아, 하나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함께 총 6,300억 원 규모의 저리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제조 기업이 무역보험기금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기아와 하나은행이 400억 원을 공동 출연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역보험공사가 우대금융을 조성한다. 협력업체는 하나은행을 통해 최대 2%포인트 낮은 금리로 제작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으며, 보증 한도와 기간도 확대된다.
보증료율은 1%에서 0.65%로 낮아지고, 보증료는 하나은행이 전액 지원한다. 이번 금융 상품은 협력사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할 제작 자금을 저금리·고한도로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충남 아산의 자동차 부품업체 디와이오토를 방문해 수출공급망강화보증 1호 보증서를 전달했다. 디와이오토는 이를 통해 2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해 원자재 구매와 수주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의 관세 확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의 생존은 정부와 대기업의 신속한 지원은 물론, 공급망 재편과 기술 경쟁력 강화 같은 근본적 대책에 달려 있다.
업계는 미국 내 현지화 생산 확대, 멕시코 등을 통한 우회 수출 전략,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부품으로의 전환 등을 통해 이번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