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경제손실 매년 10조 원 넘어
대졸자마저 취업 포기하는 암울한 현실
30대 절반은 부모에 의존하는 ‘캥거루족’

일자리를 찾지 않고 ‘쉬었음’ 상태로 지내는 청년들이 급증하면서 국가 경제와 가정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취업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이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10조 원을 넘어서는 가운데, 고학력자들마저 취업을 포기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쉬었음’ 청년이 초래한 53조 원의 경제적 손실
한국경제인협회가 1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쉬었음’ 상태의 청년들이 유발한 경제적 비용이 53조 3천99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쉬었음’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잠재적 소득을 추정하기 위해, 유사한 특성을 가진 ‘취업’ 청년의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경제적 비용을 산정했다.
‘쉬었음’ 청년의 수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에게 기대되는 월 임금은 취업 청년의 약 80% 수준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쉬었음 청년이 받을 수 있었던 예상 소득은 취업 청년의 평균 임금보다는 낮지만 상당한 금액에 해당한다”며 “잠재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청년들이 쉬었음 상태로 진입함으로써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학력자일수록 더 심각한 취업난

충격적인 사실은 대학교 이상 고학력자의 ‘쉬었음’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교 이상 학력의 ‘쉬었음’ 청년은 2019년 15만 9천명에서 2023년 18만 4천명으로 늘었고, 그 비중도 36.8%에서 38.3%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취업 시장의 미스매치를 지적한다.
고학력자들은 자신의 교육 수준에 맞는 좋은 직장과 조건을 원하지만, 실제 채용 시장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신입 채용이 줄고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이 확대되면서 청년들의 정규직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한 전문가는 “과도한 자격을 가진 고학력자는 단순 업무에 지원해도 ‘자격 과잉’으로 불합격되는 등 하향 취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캥거루족’ 증가로 5060세대 이중고
이러한 상황에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 청년들이 급증하면서 부모 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25세~34세 청년 중 캥거루족 비율은 2020년 기준 66.0%에 달했다.
특히 30세~34세 캥거루족의 비중이 2012년 45.9%에서 2020년 53.1%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30대 초중반 청년 둘 중 하나는 여전히 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취업자의 캥거루족 비중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해 2012년 47.4%에서 2020년 66.0%까지 치솟았다.
이들 청년의 부모인 5060세대는 자신의 부모와 성인 자녀를 모두 부양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5060세대의 15%가 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하고 있으며, 이들이 부모와 자녀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월평균 164만 원에 달했다.
이렇듯 쉬었음 청년 증가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