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줄고 과잉생산 심각한 상황
가루쌀로 라면·피자·시루떡까지 개발 추진
60개 식품기업 참여, 다양한 제품 출시 예정

“오늘 식단은 쌀라면에 쌀빵, 쌀로 만든 피자도 한 조각 어떠세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식단이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가 급감하고 재고가 쌓이자 가루쌀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 개발에 나섰다. 18일 농식품부는 2025년 전략작물 제품개발 지원사업에 참여할 식품기업 60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입 밀가루 대체할 ‘가루쌀’의 무한 변신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늘어나면서 쌀 재고가 넘쳐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가루쌀’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가루쌀은 쌀을 가루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수입 밀가루를 대체하면서도 쌀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원료다.

유명 제과점 성심당은 지난해 선보인 가루쌀 과일시루에 이어 올해는 망고시루를 개발한다. 뚜레쥬르는 쌀베이글에 이어 왕꽈배기, 찹쌀도넛, 식사빵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런던베이글도 쌀 베이글 6종을 새롭게 선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뚜기와 하림산업이 개발 중인 ‘가루쌀라면’이다. 라면의 주 원료인 밀가루 대신 가루쌀을 사용해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색다른 형태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애슐리퀸즈는 가루쌀 피자를, 명랑시대(명랑핫도그)는 가루쌀 핫도그를 개발할 예정이다.
사조동아원과 대두식품은 가루쌀의 특징을 살려 프리믹스 제품류를 개발한다. 가루쌀은 기름을 덜 흡수해 더 바삭한 식감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남군은 지역 특산물인 고구마와 가루쌀을 결합한 ‘해남 고구마빵’을 선보일 계획이다.
쌀 과잉생산과 소비감소의 딜레마
한국의 쌀 소비량은 식습관 변화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고기와 같은 축산물 소비가 증가하면서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정부의 지원 정책과 농업 기계화로 쌀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매년 약 40만 톤의 수입쌀까지 더해지면서 쌀 재고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벼 재배면적 감축, 쌀 품질 고급화, 신규 수요 창출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25년부터는 서울시 면적보다 30% 넘는 규모의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이는 농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쌀 재고가 과도하게 쌓이면서 관리와 보관 비용도 증가해 정부 예산에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전략작물 육성으로 식량자급률 높인다
농식품부는 쌀 수급 불균형 완화와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밀·콩·가루쌀 등 주요 식량작물을 전략작물로 지정해 2023년부터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관련 예산은 99억원으로 작년보다 11억원 증액됐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023년 기준 49%로 전년 대비 0.4% 포인트 감소했다. 쌀 자급률은 99.1%로 높지만, 전체 곡물 자급률은 22.2%에 불과하다. 농지 감소, 기후 변화, 농촌 인구 감소 등이 식량 자급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밀과 콩을 활용한 제품 개발도 활발하다. 기업들은 국산밀을 활용한 빵, 떡볶이, 과자, 국수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복순도가는 국산밀을 넣은 탁주를 개발한다. 국산 콩으로는 두유 외에도 간장, 콩기름, 단백질 파우더 등이 개발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국산 검은콩을 활용한 콩 함량 99.9% 고단백 두유를 선보일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60개 업체의 밀·콩·가루쌀 신제품이 연내 출시되면 홍보·마케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쌀 소비 촉진과 식량자급률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밀 안 섞고 글루텐프리로 만들면 오히려 좋지. 가격만 좀 착하게 해주면 밀보다 더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