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백수, 사상 첫 120만 돌파
쉬는 청년 50만, 역대급 증가세
취업해도 ‘초단기 알바’ 신세뿐

“취업만 하면 다 끝날 줄 알았어요.”
얼마 전 중소기업에 취업한 28살 이 모 씨는 기사 속 단기 근로자 통계를 보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회사에 다니고는 있지만 주 30시간 남짓 일하는 계약직이라 월급이 빠듯하고, 언제 계약이 끝날지 몰라 불안한 상태다.
그는 “일자리 하나라도 있는 게 다행인 걸까요?”라며 “이런 게 제가 꿈꿨던 ‘취업 성공’이 맞나 싶어요”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청년 백수 120만 명…고용 한파 다시 닥쳤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집에서 쉬거나 취업 준비를 하면서 사실상 ‘백수’ 상태인 청년들이 무려 12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작년보다 무려 7만 명 넘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청년층의 인구 자체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오히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중 실업자는 26만9천 명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줄어들던 청년 실업자가 올해 4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문제는 실업 상태인 청년뿐만 아니라 아예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까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은 50만4천 명으로, 이는 통계 작성 이후 20여 년 만에 최대 규모다.
취업해도 불안…청년 4명 중 1명 ‘반쪽 일자리’

간신히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지만, 안정된 정규직보다는 단기간만 근무하거나 근로 시간이 극히 짧은 ‘단기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
청년 취업자 중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사람은 93만6천 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청년 취업자 네 명 중 한 명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일주일에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의 수도 44만5천 명으로 급증해, 사실상 취업자임에도 안정적인 소득과는 거리가 먼 ‘불완전 취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고 신입’만 찾는 기업…청년 취업 문턱 더 높아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제조업·건설업의 불황 등 전반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이나 경력을 요구하는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현상이 점차 확대된 탓이다.

이에 따라 경력이 부족하거나 아예 첫 직장을 구하려는 청년들은 점점 더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년 실업 증가와 단기 근로의 확산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기 일자리나 초단기 근로 형태가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성을 해치면서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청년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정부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