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시민권 제한, 한인사회에 불안 확산
대법원 판결로 28개 주 정책 시행 초읽기
“아기 시민권 박탈?” 이민자들 공포에 휩싸여

미국 땅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시민이 되는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일까.
최근 연방대법원의 판결 하나가 미국 사회의 근간으로 여겨졌던 ‘출생시민권’ 원칙에 파문을 일으키며 이민자 사회에 깊은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정책이 현실화의 갈림길에 서면서, 텍사스를 비롯한 남부 한인 사회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태어나도 시민권 없다?”…트럼프 행정명령의 역습
논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현행 정책에서 본격화됐다. 서류미비자나 임시 체류자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행정명령이 발동되자, 이민자 사회에 불안이 번졌다.

이는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시민’이라 규정한 수정헌법 14조를 정면으로 뒤흔드는 조치였다.
행정부는 해당 자녀가 ‘미국의 사법권 관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으나, 법조계는 근거 부족을 지적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정책 발표 직후 22개 주와 워싱턴 D.C.가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하급심이 가처분을 인용하며 이민자 사회는 잠시 안도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연방대법원은 하급심이 전국 단위로 효력을 중단하는 가처분을 내리는 것은 권한을 벗어난다고 판결해 상황을 반전시켰다.

다만 이 판결은 행정명령의 위헌성 자체를 심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남은 쟁점인 위헌 여부는 향후 개별 소송으로 다시 다투게 될 전망이다.
“우리 아이는 시민 아닙니까?”…한인 가정, 불안의 나날
이 판결의 직격탄을 맞은 28개 주에는 텍사스·조지아·플로리다 등 한인 밀집 지역이 다수 포함돼, 현지 가정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아직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한 한인 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리 아이는 미국 시민이 될 수 없는가”라는 근본적인 불안이 확산 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혼란스러운 정보와 우려가 뒤섞인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물론 법률 전문가들은 행정명령만으로 헌법의 기본 원칙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해당 정책이 최종적으로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정책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닌 만큼, 향후 개별 소송을 통해 다시 법적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법적 다툼이 마무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이민자 가정의 몫이다. 그 사이 태어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먼 미래의 법적 승리보다 지금 당장의 공포가 더 크다.
한 아이의 미래가 정치적 실험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혼란에 빠진 이주 가정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제도적 허점을 시급히 메우는 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