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키웠는데 “설마 우리 아이도?”… 대책 없는 상황에 부모들 ‘초비상’

학교 앞 무인 전자담배 매장 급증
합성니코틴 규제 없어 구매 쉬워
청소년 흡연율 증가세에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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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규제 사각지대 / 출처: 연합뉴스

학교 앞까지 진출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청소년 흡연율이 급증하고 있다.

현행법상 합성 니코틴은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학교 주변에서도 무인 판매기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지만,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학교 바로 앞에 설치된 전자담배 무인 판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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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규제 사각지대 / 출처: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담배 매장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3개 학교가 몰려있는 곳 바로 앞에 무인 판매기를 설치했다.

마포구에서도 중학교에서 불과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24시 무인 전자담배’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인근에는 이 중학교를 포함해 초·중·고등학교가 7곳이나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특수한 법적 지위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만 해당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청소년 흡연율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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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규제 사각지대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법적 공백 속에서 청소년 흡연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패널조사’에 따르면, 학년이 높아질수록 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진학할 때 남학생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1.19%에서 3.57%로 급증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여학생들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1.54%)이 일반 궐련(1.33%)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들,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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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규제 사각지대 / 출처: 연합뉴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액상 전자담배는 전체 담배 시장의 10∼20% 규모로 커졌는데 전혀 규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며 “청소년 사용자가 많은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은 규제 강화, 한국은 법안 표류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합성니코틴도 천연니코틴과 마찬가지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31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답변서에서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궐련 담배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유해하므로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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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규제 사각지대 /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를 ‘연초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도 “합성니코틴이든 천연니코틴이든 담배사업법의 담배 정의에 포함해 같이 관리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합성니코틴 전자담배 소매업자들의 ‘생존권’ 문제가 제기되면서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합성니코틴 기반 전자담배의 사용으로 인체가 니코틴에 중독돼 연초 니코틴 기반 전자담배 또는 궐련담배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합성니코틴 규제와 과세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합성니코틴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도 청소년 보호를 위해 더 이상 규제의 지연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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