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담배세 최대 258% 인상안 등장
한국은 10년 동결
최근 고물가에 따른 인상 움직임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유럽 흡연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담배세를 최대 258%까지 올리는 충격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한국 담배값이 비싸다고 불만을 토로하던 사람들도 “우리나라가 오히려 저렴한 편이었구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U, 역대급 담배세 인상안 공개

12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내부 영향평가 문건을 통해 파격적인 담배세 인상안을 제시했다. 말아 피우는 담배의 경우 무려 258% 인상, 일반 궐련 제품은 139% 인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더욱 놀랍다. 말아 피우는 담배의 최저 세금이 현재 킬로그램당 60유로(약 9만5천원)에서 215유로(33만9천원)로 급등한다. 일반 궐련 제품 역시 1천개비당 90유로(14만2천원)에서 215유로로 뛴다.

전자담배도 예외가 아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니코틴 함량에 따라 차등 과세하는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다. 니코틴 15mg 이상 제품은 mL당 0.36유로, 15mg 미만 제품은 mL당 0.12유로의 세금이 붙는다.

집행위원회는 여러 시나리오 중에서도 세금을 최고치로 올리는 안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51억 유로(약 23조8천억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비교해보니 확연한 차이

현재 한국의 담배세 구조를 살펴보면 EU 계획안의 파격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담배 한 갑(4,500원 기준)에는 총 3,323원의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부과돼 전체 가격의 73.8%를 차지한다.

세부적으로는 개별소비세 594원, 부가가치세 409원,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이 포함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75%에 근접한 수준이다.

반면 2024년 기준 EU 평균 담배세율은 소매가의 80% 이상으로 한국보다 높지만, 절대 금액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EU 평균 담배 한 갑 가격이 약 6유로(8,7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세율 적용 시 담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에 담배값 인상하는 한국

이러한 글로벌 담배세 인상 움직임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담배값이 지난 2015년 4,500원으로 2,000원 오른 뒤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 상황에서 담배값을 올리는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관련 업계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JTI코리아는 메비우스·카멜 등 9종의 담배 제품 가격을 최대 200원 인상했다. ‘메비우스 LBS’ 시리즈 5종은 기존 4,500원에서 4,600원으로, ‘메비우스 이스타일’ 시리즈는 4,200원에서 4,300원으로 각각 100원씩 올랐다. 카멜 시리즈는 4,000원에서 4,200원으로 200원 인상됐다.

전문가들 “OECD 평균 수준 인상 필요”

10년째 유지되고 있는 담배값을 흡연율 감소를 위해 최소 8,000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통해 성인남성 흡연율을 25%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23년 발표된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담배값을 현행 4,5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할 경우에도 2030년 흡연율은 29.2%로 예측되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금연학회 김현숙 회장(신한대학교 교수)은 “신종 담배 흡연자가 매해 늘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으로 ‘담배값 인상’을 꼽았다. 김 회장은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오히려 담배값이 떨어진 것”이라며 “담배값 인상이 추진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적어도 OECD 평균 담배값 8,000원~1만원 수준이어야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