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장서 2026년 단종 공식화… “SUV 천하에 설 곳 잃어”
한국선 ‘없어서 못 파는 차’인데 왜?… 엇갈린 운명의 이유는 ‘수익성’

‘왜건의 명가’ 볼보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SUV의 거센 파도 속에서도 고고하게 자리를 지켜온 볼보의 마지막 내연기관 왜건, ‘V60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들려온 이번 단종 소식은 전동화 전환과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자동차 업계의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국내에서는 “계약하고 1년을 기다려야 받는 차”로 통할 만큼 인기가 높은 모델이기에 그 충격은 더욱 크다.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려”… 판매량 10배 차이의 굴욕
볼보 미국 법인은 최근 2026년형 모델을 끝으로 V60 크로스컨트리의 생산을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문은 2026년 1월까지만 받으며, 이후에는 재고 소진 단계에 들어간다.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SUV 쏠림 현상’이다. 볼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객의 압도적인 선호가 SUV로 이동했다”고 씁쓸한 속내를 밝혔다.
실제 판매량 수치는 처참한 수준이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같은 플랫폼(SPA)을 공유하는 중형 SUV ‘XC60’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동안, V60 크로스컨트리의 판매량은 그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 입장에서 같은 공장 라인을 돌린다면, 수익성이 높고 잘 팔리는 XC60이나 최신 전기차 EX 라인업을 생산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다.
한국선 ‘출고 대기 1년’ 인기 절정인데… 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시장에서 V60 크로스컨트리의 위상은 미국과 정반대다. 2019년 3월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 모델은 초기에도 호평받았지만, 진짜 전성기는 뒤늦게 찾아왔다.

지난 2021년 하반기, 수입차의 고질병으로 꼽히던 내비게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0억 원을 투자한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 탑재 모델(2022년형)을 선보이자 시장의 판도가 뒤집힌 것이다.
세단의 안락함과 SUV 실용성, 한국형 편의사양까지 갖추며 ‘강남 아빠들의 현실적 드림카’로 급부상했다. 작년까진 계약 후 인도까지 1년 가까이 걸릴 만큼 ‘없어서 못 파는 차’였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이제 막 전성기를 누리는 차”처럼 보이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왜건 시장은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상태다.
벤츠 E클래스 에스테이트, BMW 3시리즈 투어링 등 경쟁 모델들도 시장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국 시장의 인기가 글로벌 단종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크로스컨트리’의 유산, 전기차로 이어질까

V60 크로스컨트리는 볼보 철학이 가장 잘 담긴 모델로 꼽힌다. 2.0L 가솔린 터보(B5)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조합으로 250마력을 내고, 지상고를 210mm로 높여 험로 주행 능력까지 갖췄다.
하지만 볼보는 2030년까지 ‘100%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내연기관 플랫폼을 사용하는 V60 크로스컨트리의 단종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볼보가 EX30·EX90 등 전기 SUV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V60 수요층을 대체할 전기 왜건이나 크로스오버 EV가 나오지 않는다면, 정통 왜건의 명맥은 여기서 끊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비록 미국 시장 위주의 발표지만, 글로벌 생산 라인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국내 단종 또한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세단의 우아함과 SUV의 실용성을 겸비했던 마지막 낭만, V60 크로스컨트리를 만날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