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 넘는 피해자들 집단행동
법무법인 대륜 소송 주도
KT 사례 참고해 승소 가능성은?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태와 관련해 천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선다. 한 명당 100만원씩 위자료를 청구하는 대규모 법적 대응이 예고된 상황이다.
역대 최대 규모 유심 해킹, 분노한 이용자들 뭉쳤다
김국일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대륜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통신사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다음 주 중 천여 명의 고객을 대변해 개인별 100만원 상당의 정신적 피해 보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통신사 측이 현재까지도 사건의 전체적인 피해 범위나 발생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사안을 국내 유심 관련 정보 노출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평가하면서, 오랜 기간 보안 취약점에 노출된 흔적이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피해자들이 겪은 불편도 소송 근거로 제시됐다. 유심 교체를 위해 생업을 미루고 대리점을 찾아다녀야 했던 현실적 피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만 명 신청, 천 명 우선 소송… 2차 모집도 진행
소송 참여 희망자의 규모가 주목된다. 로펌 측에 따르면 소송 신청자가 이미 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서류 취합이 완료된 천여 명에 한해 1차 소장을 먼저 접수하고, 나머지는 2차 모집을 통해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형태의 소송은 법적으로 ‘공동소송’이라고 불린다. 민사소송법에 근거해 다수의 피해자가 함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상 ‘집단소송’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한편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형사 고발과는 별개의 절차다. 대륜은 이미 지난 1일 SKT 유영상 대표이사와 보안 책임자를 업무상 배임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전날 남대문경찰서에서 고발인 조사도 받았다.
KT 사례로 본 승소 가능성… 현실은 녹록지 않아
그렇다면 이번 SKT 집단소송의 승소 가능성은 어떨까. 비슷한 사례인 KT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2012년과 2014년 KT에서 각각 870만 명, 1200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는 국내 통신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로 기록됐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여러 법무법인이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17건에 걸쳐 3만 명 이상이 KT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였다. 청구 금액은 개인당 10만원에서 50만원 수준이었고, 전체 청구액만 15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오기도 했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뒤집혀 최종적으로 KT가 승소했다. 법원은 기술적 문제로 인한 해킹이었고, KT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14년 유출 사건 역시 대부분 KT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으며, 일부 제한적 책임만 인정돼 과징금 5천만원 부과에 그쳤다.
반복되는 대형 유출 사고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소비자 배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법적, 제도적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SKT 집단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진 만큼, 기업들의 보안 의식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륜에 들어가서 하면 될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