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픽업할거지?” 장난전화처럼 보였던 112 신고전화..그 놈 정체에 ‘소름’

지난 21일, 112 치안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이OO 경사는 수상한 전화를 받았다. 한 남성이 대뜸 “응, 나 픽업하러 올꺼지?”, ”너희 회사 수원역에 있잖아”라고 말했다.

이에 이 경사는 ‘이건 장난전화가 아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혹시 위급한 상황인가? ‘응, 아니’로 답하라”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남성은 “응”이라고 아무런 일이 없는 듯이 답했다.

전화를 건 이는 택시기사 A씨. 그는 그날 오후 수원역에서 B씨를 승객으로 맞아 시흥에 있는 다세대 주택으로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달하자 B씨는 잠시 기다려달라며 우편함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 차에 다시 탔고, 이후 수원역으로 가자고 요청했다. 

A씨는 B씨의 이러한 행동이 TV에서 본 불법 약물 관련 범죄자들의 ‘던지기 수법’과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즉시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상황실에서 이 경사는 A씨가 말한 픽업이란 단어를 ‘경찰관 출동’으로 이해했고, ‘너희 회사 수원역’은 도착지인 수원역 앞 매산지구대로 풀이했다.

그리고 곧바로 ‘코드0’(강력 범죄 발생의심 경찰 코드)을 발령해 모든 요원이 신고 접수 상황을 동시에 듣도록 실시했다.

A씨는 이어서 차량 번호를 전달하고 불법 약물이란 단어 대신에 외국어 표현인 ‘드럭(drug)’이란 단어를 써서 불법 약물 관련 범인이 탔다는 것을 경찰에게 전달했다. 

A씨는 영어 표현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승객인 B씨가 중국 국적임을 알아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화를 받은 이 경사는 “범인을 강제로 붙잡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하지 말고, 범인을 내려주기만 하면 된다. 이후 상황은 경찰이 적절히 처리할 것이다”라고 지시했다.

이 경사는 또한 “택시 색상을 과일과 비슷한 색으로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차량이 정차하기 전에 비상등을 켜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A 씨는 택시를 운전해 수원역 근처의 매산지구대로 이동해 정차했고, 그곳에서 이미 대기 중이던 경찰관들은 오후 7시 24분경 중국 국적의 30대 마약사범 B 씨를 즉각 체포할 수 있었다.

택시에 탄 B 씨는 불법 약물 0.6ｇ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중국의 메신저 앱 ‘위챗’을 이용해 불법 약물을 구매하고 ‘던지기’ 방식으로 받았다고 자백했다.

박기성 경기남부경찰청 112 관리팀장은 “이 사건은 택시 기사의 빠른 판단력, 신고 접수자의 정확한 대응, 지구대 경찰관들의 신속한 조치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