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도 역대 최대 R&D 투자
시장 점유율 하락 속 미래 기술에 올인
재고 관리 효율화로 반등 기반 다져

삼성전자가 지난해 경영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당장의 어려움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승부수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11일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약 35조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7조원(23.5%) 증가했다.
시설투자비 역시 53조6천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5천억원 늘어났다. 두 분야 모두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하며 미래 기술 확보에 대한 회사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생산성은 올랐지만… 시장 점유율은 주춤

전반적인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하락 추세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생산 효율성 향상에 주력했다. TV와 모니터 등 영상기기 가동률은 전년 74.9%에서 79.8%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가동률도 66.7%에서 72.8%로 상승했다.
반면 주요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다소 하락했다. TV는 30.1%에서 28.3%로, 스마트폰은 19.7%에서 18.3%로 감소했다.
D램 시장 점유율도 42.2%에서 41.5%로 소폭 축소됐다. 특히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 점유율은 50.1%에서 41.3%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거래선 변화 뚜렷, 중국·대만 기업 새롭게 합류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거래선 변동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5대 매출처에는 애플, 도이치텔레콤, 홍콩 테크트로닉스, 수프림 일렉트로닉스, 버라이즌이 이름을 올렸다.

전년과 비교하면 베스트바이와 퀄컴이 빠지고, 중국계 반도체 유통기업인 홍콩 테크트로닉스와 대만 반도체 유통기업 수프림 일렉트로닉스가 새롭게 진입했다.
재고 관리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개선됐다. 작년 말 기준 재고자산 총계는 51조7천549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전체 자산 중 재고자산 비율은 10.1%로 전년의 11.3%보다 1.2%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재고는 30조9천988억원에서 29조6천886억원으로 1조3천억여원(4.2%) 감소했다.
DX 부문 재고 증가, 수요 회복 신호일까?
반면 가전과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재고는 5.8% 증가한 19조9천127억원을 기록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2023년 말 3.5회에서 작년 말 3.6회로 소폭 개선됐다. 회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보유한 재고가 더 빠르게 매출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가동률을 100%로 유지하며 생산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 기술과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수요 감소로 시장 점유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미래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시장 지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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