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체리차, 수출 500만 대 돌파 눈앞
“싸구려 차” 편견 깨고 세계 시장 질주
LG 배터리 계약에 완성차 업계 긴장

현대차가 해외 수출 500만 대를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22년, 기아는 30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 중국의 한 자동차 브랜드가 22년 만에 같은 고지에 올라섰다.
한때 ‘내수용 저가차’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중국차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그 성장의 중심에 체리자동차(Chery Automobile)가 있다.
260만 대 돌파한 체리차, “중국차는 싸구려” 편견 깨부수다
1997년 설립된 국영기업 체리차는 전통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까지 모든 동력원의 라인업을 구축한 기업이다.
산하에 체리, 엑시드(Exeed), 오모다(Omoda), 제투어(Jaetour) 등 다수의 브랜드를 두고 유럽, 남미, 중동을 포함한 120개국을 공략해왔다.

그 결과 2024년에는 연간 판매량 260만 대를 기록하며 중국 5대 완성차 브랜드 반열에 올랐고, 무엇보다 올해 1~5월 수출량만 44만 대를 넘어서며 중국 브랜드 중 압도적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는 누적 수출 500만 대라는 상징적 기록이 반짝 성공이 아님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체리차가 글로벌 시장의 판을 키우는 방식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체결한 1조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은 그들의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6년간 총 8GWh 분량의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는 이 계약은, 국내 배터리 업체가 중국 완성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최초의 사례다.

이는 체리차가 안정적인 고품질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고, 전기차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전기차 물결 속 판도 뒤집기… 흔들리는 전통 완성차의 자존심
이러한 거침없는 행보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 장벽을 쌓으며 견제에 나섰지만, 체리차는 오히려 수출을 늘리며 보란 듯이 존재감을 키우는 역설적 상황이다.
현대차와 동일한 기간에 500만 대 수출을 달성했다는 사실은, 이들의 성공이 더 이상 거대한 내수 시장에만 기댄 결과가 아님을 시사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 자동차를 향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 ‘싸고 허술한 이미지’라는 꼬리표는 옛말이 됐다.
이제 중국차는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과 과감한 전동화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논한다. BYD가 일으킨 전기차 돌풍에 체리차까지 가세하면서, 그 위협은 먼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익숙했던 기존의 강자들이 아닌 새로운 이름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넘보고 있다.
체리차의 500만 대 수출 돌파는 그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전통의 완성차 업계가 여전히 안일한 태도로 과거의 영광에 머무른다면, 그 자리는 빠르게 대체될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현실 인식과 적극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