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끌고 다니며 약품 쇼핑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 ‘화제’
약사회 “복약지도 우려” 반발

“약 종류가 이렇게 많으니까 쇼핑몰 구경하듯 둘러보게 되네요. 분류도 잘 되어 있어서 원하는 것 찾기가 편하고요.”
경기 성남의 한 신축 건물 1층에서 카트를 끌며 약품을 고르던 40대 남성의 말이다.
이곳은 지난 6월 문을 연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으로, 기존 약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마트처럼 넓은 매장에 2500여 개 품목이 진열되어 있고, 고객들은 직접 돌아다니며 필요한 약을 골라 담는다.
약국이 아니라 마트 같은데?

성남시 수정구 고등공공주택지구에 자리잡은 이 약국은 460㎡(140평) 규모의 1층 매장을 갖추고 있다. 건물 2~4층은 주차장으로 운영되며, 5층에는 향후 휴게음식점과 의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일반의약품부터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의약품과 사료까지 51개 분류로 나뉜 상품들이 효능군별로 정리되어 있다. 해열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영양제는 물론 염색약, 구강세정제, 기능성 화장품 등 생활용품도 함께 판매한다.
각 제품 앞에는 가격표가 명확히 표시되어 있어, 고객들은 휴대폰으로 다른 약국과 가격을 비교하며 원하는 제품을 카트에 담는다. 매장을 찾은 30대 직장인 김씨는 “감기약과 진통제, 비타민 몇 종류를 샀는데 일반 약국보다 확실히 저렴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약사들은 왜 걱정할까?

하지만 약사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기도약사회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의 박리다매 방식이 제대로 된 복약 지도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 “저렴한 가격 때문에 과도한 약품 구매로 이어져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기존 약국 유통 질서를 흔들고 동네 약국이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창고형 약국의 정두선 대표 약사는 “시대 변화에 맞춰 유통과 판매 방식을 혁신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복약 지도 미흡 우려에 대해서는 “매장 곳곳에 약사가 상주해 다른 약국과 동일하게 상담과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이미 보편화된 모델

창고형 약국은 사실 해외에서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미국의 월그린스, CVS, 일본의 드러그스토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매장은 수십 년 전부터 의약품과 생활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원스톱 쇼핑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드러그스토어는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제품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면서도, 매장 내 약사의 전문 상담 서비스를 병행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드러그스토어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의약품부터 미용제품까지 폭넓은 상품군을 취급한다.
정두선 대표는 “소비자들은 유효기간에 민감해 한 종류 약을 과도하게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해외 사례를 보면 창고형 약국이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국내 첫 창고형 약국 개점으로 기존 약국가의 판도에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소비자 편의성과 전문성 확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았다.
외구근 의료비가 비싸니 그렇치
효과가 제일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