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사칭한 ‘노쇼 사기’, 자영업자 노린다
법 허점 피해간다…정상 예약처럼 가장
“재료 다 버렸는데 사과 한마디뿐이었죠”

“그날 재료만 80만 원어치를 준비했어요.”
부산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1)씨는 지난달 겪은 일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일 점심시간, 한 기업에서 20인 단체 예약을 넣었다는 전화를 받고 고급 식자재를 넉넉히 준비해뒀지만, 예약 시간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돌아온 건 “아, 네네, 죄송합니다.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라는 건성 대답뿐이었다.

박씨는 “이게 정말 실수였는지도 모르겠고, 일부러 그랬다면 더 괘씸하죠”라며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그 태도에 더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이런 식으로 계속 당하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제일 억울해요”라고도 덧붙였다.
법망 비웃는 ‘노쇼 사기’…속수무책인 업주들
예약은 ‘약속’이다. 하지만 그 약속이 고의로 파기될 때, 피해는 단지 한 사람의 불참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일부 소상공인들은 예약 부도에 그치지 않고, 조직적인 ‘사기’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종 노쇼 범죄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단체 예약을 빌미로 고급 식자재를 미리 준비하게 만들어 하루 매출 전체를 허공에 날리게 하는가 하면, 선결제를 미끼로 고가의 주류나 상품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유도한 뒤 그대로 잠적하는 방식도 기승을 부린다.
명백한 사기 행각이지만, 소상공인들은 현행법의 문턱 앞에서 두 번 좌절한다. 범행에 사용된 계좌가 대포통장임이 명백해도 지급정지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있다. 이 법은 보이스피싱 등 사기이용계좌를 동결하고 피해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핵심적인 민생 법안이다.
그러나 법 조항에 명시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가 발목을 잡는다.

노쇼 사기는 외견상 정상적인 ‘예약(용역의 제공)’ 형태를 띠고 있어, 이 조항에 따라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 결국 예약을 가장한 사기는 법적으로 사기가 아닌 모순적 상황에 놓인다.
해외는 제도화, 우리는 ‘각자도생’…대책 마련 시급
사각지대를 파고든 노쇼 범죄는 그 악의성과 피해 규모 면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를 노린 단체 예약 사기는 하루 장사를 망치는 수준을 넘어 업장의 생존 기반 자체를 뒤흔든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법은 여전히 예약 파기로 치부하며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경찰의 유연한 법 해석과 정치권의 조속한 입법 보완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해외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왔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예약 시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받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취소 기한을 넘기면 위약금이 자동으로 청구된다.

일부 레스토랑은 공연 티켓처럼 식사 비용 전액을 선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 등에서는 노쇼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 상품이나 법률 대행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예약금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지만, 업주와 소비자 간의 분쟁을 최소화할 명확한 사회적 합의나 기준은 여전히 부재하다.
이제는 약속을 어긴다는 수준을 넘어, 시스템의 빈틈을 파고드는 ‘범죄’로까지 변질된 노쇼. 더 이상 ‘조심하자’는 개인적 경계만으로는 막기 어렵다.
법적 안전망의 재정비와 예약 플랫폼을 통한 기술적 대응, 성숙한 예약 문화의 정착이라는 세 축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사회 전체의 관심과 실질적인 준비가 시급하다.
솔직히 일부금액 선결재가 답이긴 함
신용카드로. 선결제 법 제도
솔직히 우리나라도80%선결재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