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부산에 1.8조 대규모 투자
수도권 넘는 전략 거점…해저케이블 강점
데이터 주권 지킬 ‘디지털 신항만’이 뜬다

과거 철도와 항만이 산업의 혈맥이었다면, 21세기의 혈맥은 단연 ‘데이터’다.
그 심장이 뛸 거대한 공간, 인공지능(AI) 시대의 ‘신항만’이 부산에 들어선다.
총투자 규모 1조 8천억 원.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지형도를 다시 그릴 거대한 프로젝트가 막을 올렸다.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 ‘보이지 않는 심장’ 데이터센터
우리가 사용하는 검색엔진, 소셜미디어, 금융 앱과 병원 전산 시스템까지. 현대 문명을 움직이는 모든 디지털 서비스는 ‘데이터센터’라는 보이지 않는 심장에 기댄다.

특히 ‘챗GPT’가 촉발한 AI 열풍 속에서 데이터센터의 위상은 절대적으로 높아졌다. AI 모델을 구동하는 천문학적인 연산 능력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부산 명지녹산국가산단에 AI 특화 데이터센터 건립을 선언했다. 단순 고용 효과만 300명. 설계·토목·전기 등 건설 인력부터 완공 후 투입될 전문가까지, 연관 산업을 포함한 총고용 유발 효과는 7,570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일자리 몇 개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선다. 데이터센터는 지역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강력한 ‘앵커 시설’이다. 풍부한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는 첨단 기업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AI 기반 의료 기업,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게임 스타트업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움틀 최적의 토양이 마련되는 것이다.
수도권 넘은 선택, ‘부산’이 데이터 주권을 책임진다

왜 ‘부산’인가? 이는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전략적인 해답이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의 70% 이상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한 전력망 부담과 부지 고갈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다. 반면 부산은 전력 인프라가 여유롭고,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해저케이블이 지나는 지정학적 강점을 품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에겐 아시아 각국과 데이터를 지연 없이 주고받을 최적의 허브다.
지금 부산에서 벌어지는 일은 서버 몇 대를 들여놓는 수준이 아니다.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산업이 뿌리내릴 새로운 ‘사회 기반 시설’을 짓는 것이다.

부산은 제조업 도시라는 정체성을 넘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대한민국의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는 핵심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거대한 투자의 첫 삽이 떠졌다. 이 흐름은 도시의 풍경을 넘어, 미래의 기회를 선점하려는 국가 간 경쟁의 판도를 바꿀 결정적 한 수가 될 수 있다. 지금 부산 앞바다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조용히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