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국산 다 제쳤다”, “수십 톤 싹다 보내달라”…해외서 귀한 몸 된 ‘이 한국산’

충주사과, 15년째 대만서 꾸준한 인기
아삭한 식감과 단맛으로 프리미엄 자리 굳혀
정교한 재배·선별이 해외 수요를 지탱했다

충주에서 수확한 사과가 올해도 어김없이 대만으로 향했다. 15년째 이어지는 일정이다.

현지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이 사과는 해마다 수확량이 달라져도 자리를 잃지 않았다. 작은 도시의 과일이 먼 나라의 식탁 위에 꾸준히 오르는 모습은 한국 농산물 수출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아왔는지를 보여준다.

15년째 대만 사로잡은 충주사과, 비결은 ‘첫맛’에서 갈렸다

충주사과의 대만행은 2011년에 시작됐다. 첫해만 해도 “과연 해외에서 통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아삭한 식감과 진한 단맛, 그리고 선물 문화에 잘 맞는 단정한 패키지까지, 대만 소비자의 취향을 정교하게 건드렸다. 그렇게 시작된 수출은 15년 동안 멈추지 않았고, 지금까지 2천t이 넘는 물량이 꾸준히 현지로 전달됐다.

이 사과가 사랑받은 배경에는 한국 사과 전체가 가진 특징이 있다. 한국산 사과는 수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 번 먹으면 기억에 남는 맛’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도 13~15브릭스 수준의 강한 단맛과 선명한 향, 그리고 철저한 이력 관리 시스템의 신뢰가 함께 작용했다. 대만의 마트와 온라인몰에서 한국 사과는 언제나 프리미엄 코너에 놓인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미국산 사과가 넘쳐나는 시장에서도 한국산이 꾸준히 선택되는 이유다.

충주사과가 특히 대만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지역 특유의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내륙 특성상 일교차가 크고, 이 때문에 과육이 더 단단해지며 단맛이 응축된다.

기후 여건이 흔들린 해에도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농가의 세심한 재배 방식과 지역 유통센터의 선별·저장 기술 덕분이다. 이 체계가 안정적인 수출을 버티는 힘이 됐다.

15년의 신뢰가 남긴 질문, 다음 수출 주자는 누가 될까

해외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농산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지만, 충주사과의 15년은 품질과 신뢰가 흔들림 없는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화려한 마케팅이나 대규모 물량이 아닌, 한결같은 맛과 정교한 관리가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진 셈이다.

대만으로 향하는 사과 상자 위로 또 한 해의 농사와 기다림이 겹친다. 충주사과가 앞으로도 꾸준히 해외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런 흐름이 다른 농산물로 확장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