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배출가스 장치 2만4천개, 시가 33억 적발
겉만 그럴듯한 불법 장치, 시민 건강 위협
싸구려 선택 뒤에 숨은 대가는 결국 모두의 몫

자동차에서 내뿜는 매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중의 골칫거리다. 이를 줄이기 위해 달려야 할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오히려 불법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전국 단위 수사에서 적발한 9곳의 업체는 인증받지 않은 장치를 만들어내고 유통했다. 규모는 2만4천여 개, 시가로는 33억 원에 달한다.
기계 덩어리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 장치 하나의 성능 차이가 도심의 공기 질과 시민의 건강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사건의 파장은 크다.
겉모습만 그럴듯한 불법 장치, 공기 속 독이 된다
저감장치는 자동차의 배기가스 속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정식 인증 절차를 거친 제품은 여러 차례 시험과 검증을 거쳐 실제 도로 환경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불법 제품은 외형만 비슷할 뿐 성능은 미지수다.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매연이 그대로 도로 위에 쏟아져 나오고, 이는 결국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에 고스란히 남는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은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 값싼 부품 하나로 절약한 비용이 훗날 병원비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불법 유통망은 더 교묘하다. 정식 대리점이 아닌 온라인 판매, 정비소의 뒷거래, 심지어 밀수입까지 얽혀 있다.
법 개정으로 제조와 판매뿐 아니라 수입과 보관까지 모두 금지되었지만, 단속을 피해 들어온 제품은 여전히 암암리에 차량에 장착된다. 문제는 차주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불법 장치를 달면 정기 검사에서 탈락할 수 있고, 운행 제한이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게다가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싸게 장착했다는 작은 이득이 큰 손실로 이어지는 셈이다.
눈앞의 이익보다 큰 대가…불법의 대가는 결국 모두의 몫
정부는 노후 차량에 합법적인 저감장치를 달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한다. 장치 가격이 수백만 원에 이르지만, 차주는 일부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지정된 업체에서 장착하면 성능이 보장되고 검사에도 문제 없다. 하지만 보조금 사업으로 장착한 장치를 임의로 탈거하거나 중고 불법 제품으로 교체하면 보조금 환수와 추가 처벌이 뒤따른다.

결국 합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 차주와 사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이유다.
환경부는 이번 적발을 계기로 불법 장치 제조와 유통에 대한 수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는 자동차의 한 부품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공기와 시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장치다.
그럼에도 불법 시장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값싼 선택 뒤에 숨은 비용은 결국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된다. 지금의 작은 방심이 더 큰 대기오염과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적극적인 관심과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