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2위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 10% 인수
북미·중남미 시장 확장 전략 본격화
체코항공 이어 두 번째 대규모 해외 투자

“세계 7위 항공 시장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대한항공이 10년 만에 또 한 번 해외 항공사 지분 인수에 나서며 글로벌 항공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3,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해 캐나다 항공시장 공략에 나섰고, 이는 북미와 중남미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본격화

대한항공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캐나다 2위 항공사인 웨스트젯 지분 10%를 2억2천만달러(약 3천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토가 넓은 국가인 캐나다의 항공 시장 진출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미 및 중남미 지역으로의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포석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 관계에 있는 미국 델타항공도 이번 인수에 함께 참여해 웨스트젯 지분 15%(3억3천만달러)를 확보한다는 점이다. 델타항공은 이 중 2.3%를 에어프랑스-KLM에 매각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항공사들의 전략적 제휴 확대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웨스트젯은 1994년 설립된 항공사로, 18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100여 곳의 공항에 취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2년 6월부터 이미 웨스트젯과 공동운항 협정을 맺고 협력을 이어왔다.

10년 전 체코항공 투자와의 차이점

이번 투자는 대한항공이 2013년 체코항공 지분 44%를 약 38억 원에 인수한 이후 10년 만의 해외 항공사 지분 투자다. 두 사례는 모두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적인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체코항공 투자는 유럽 노선에서 프라하를 안정적인 환승 거점으로 확보하고 유럽 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 체코항공의 민영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이 투자는 대한항공이 외국 항공사에 직접 투자한 첫 사례였으며, 44%라는 상당한 지분을 확보했다.

반면 이번 웨스트젯 투자는 10% 지분이라는 소수 지분 인수로, 경영권 확보보다는 북미와 중남미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측은 “웨스트젯의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성장하는 캐나다 항공 시장을 주목하다

대한항공이 이번에 주목한 캐나다 항공 시장은 지난해 기준 330억 달러 규모로 세계 7위의 항공 시장이다. 특히 2019년 이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인도 시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토가 넓은 캐나다의 지리적 특성상 항공 교통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대한항공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투자를 통해 먼저 캐나다 시장 내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후, 이를 발판으로 북미와 중남미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웨스트젯과의 공동운항을 통해 한국과 북미 간 연결 가능한 스케줄을 늘리고, 웨스트젯이 보유한 폭넓은 중남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 목적지를 발굴하는 계획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지분 인수와 더불어 아시아나항공과의 완전한 통합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다양한 협력을 통해 고객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넓혀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대한항공의 이번 결정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그리고 글로벌 항공 시장의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항공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