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내가 그때 사자고 했잖아”…너도나도 달려들더니, 금융권 마저 ‘비상’

금값 고공행진에 투자열기 뜨거워
은행들 골드뱅킹 총액 사상 첫 1조1천억원 넘어
시중 골드바 수급 불안정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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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수급 불안정 / 출처 : 연합뉴스

은행마다 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상당수 금융기관에서는 이미 ‘매진’ 딱지가 붙었다.

글로벌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지며 금융권이 공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골드뱅킹 열풍, 1조원 벽 넘어서다

금융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은행 골드뱅킹 잔액 총합이 1조1천25억원에 달했다. 이는 3월 말(1조265억원)과 비교해 한 달 만에 760억원이 증가한 수치로, 전년 동기(6천101억원)에 비하면 약 80% 상승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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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수급 불안정 / 출처 : 연합뉴스

금 매매를 계좌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골드뱅킹 서비스는 2023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는 5천억~6천억원대 수준을 유지했으나,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올 3월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4월에도 성장세를 지속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골드뱅킹 잔액이 증가 추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실물 골드바 판매량도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품절 대란 속에서도 골드바 판매 급증

금 가격이 치솟으면서 골드바는 ‘구하기 힘든 상품’이 됐음에도, 판매 실적은 오히려 상승했다. 주요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달 기록한 골드바 판매액은 348억7천200만원으로, 작년 4월(89억8천300만원)에 비해 거의 4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 5대 은행의 골드바 월간 판매액은 작년 5월 이후 100억원 선을 돌파한 뒤 100억~200억원대를 오가다가, 올해 2월에는 882억9천300만원으로 급격히 팽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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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수급 불안정 /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수요 폭증으로 한국조폐공사와 한국금거래소 등 주요 공급처들이 수급 안정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면서 골드바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현재는 은행별로 판매 상황이 상이하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는 한국금거래소의 1kg 골드바만 구매 가능하며, 하나은행에서는 한국금거래소와 LS MnM의 1kg 제품만 취급 중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일부 제품은 재고가 모두 소진되어 예약제로 전환된 상태다.

희소식은 하나은행이 7일부터, 우리은행이 8일부터 한국조폐공사 골드바 판매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금 투자 열풍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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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수급 불안정 / 출처 : 연합뉴스

금값 급등 현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보면 KRX 금시장에서 지난 2일 1kg 금 현물이 그램당 14만8천27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작년 말(12만7천850원)과 비교하면 16%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세계 금 시세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지난달 22일에는 현물 기준 온스당 3,500달러라는 역사적 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미 연준(Fed)의 금리 인하 전망이 강해지면서 무이자 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도가 상승한 점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금리와 금값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금리 하락기에는 금 투자 선호도가 높아지는 패턴을 보인다.

여기에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와 달러 의존도 감소 전략으로 금을 대규모로 매입하는 추세도 금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입량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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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수급 불안정 / 출처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분쟁, 중동 정세 불안, 미중 간 무역 갈등 등 지정학적 위기와 경제적 불확실성도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주식시장 침체와 경제 불안감이 확산될수록 투자자들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관심을 돌리는 경향을 보인다.

실물 금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시장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금 채굴 및 정제 과정의 공급망 문제, 일부 국가의 금 생산·수출 제한 조치, 물류비용 상승 등의 요인은 실물 금 공급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 전문가는 “금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장신구형 금보다 투자용 골드바를 더 선호하는 추세”라며 “이로 인해 거래 물량이 폭증하고 시중 골드바 재고가 바닥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글로벌 리스크와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금에 대한 투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금융기관의 골드바 판매 재개 소식에 촉각을 세우며 구매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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