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유전자 입 막아버린 한국 기술
1조9천억 계약, K-바이오가 판을 뒤엎다
정부까지 가세… 유전자 전쟁 선봉은 한국

“신의 영역이라던 유전자 치료를 한국이 주도한다니 감탄밖에 안 나온다.”
생명의 설계도인 유전자를 직접 고쳐서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유전자 치료 시장이 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하는데, 이 거대한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눈부신 약진을 보이고 있다.
과거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 분야에서, 이제는 ‘K-바이오’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질병 유전자 잠재운다… K-바이오, 신의 기술에 도전장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
알지노믹스가 개발한 RNA 간섭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일라이릴리로부터 1조9천억 원 계약을 이끌어냈다.
RNA 간섭은 ‘유전자 침묵’이라 불리는 핵심 기술로,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활동을 차단한다. 마치 소음을 내는 스피커의 전원을 끄듯, 문제가 되는 유전자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원리다.
한국 기업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력만이 아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유전자 치료제 생산 역량까지 갖춰가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체 치료제 성공 경험을 토대로 유전자 치료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손상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보완하는 ‘유전자 증강’, 문제 세포를 건강한 세포로 교체하는 ‘세포 대체’ 등 다양한 치료 기법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뇌장벽도 뚫었다… 한국, 신경계 유전자 치료서 돌파구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경쟁 우위는 명확하다.
뛰어난 IT 인프라와 제조업 노하우,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구개발 비용이 결합되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뇌와 척수 같은 신경계 질환 치료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기존 약물로는 뇌혈관장벽 때문에 치료 성분이 뇌까지 도달하기 어려웠지만, 유전자 치료 기술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다.
실제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전자 치료제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항체 치료제 플랫폼의 성공을 바탕으로 유전자 치료 영역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려 한다는 점이다.
정부도 판 깔았다… K-바이오, 유전자 치료 전면에 선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든든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이 급증했으며, 정부는 K-바이오 벨트 구축과 규제 혁신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유전자 치료 시장에서 보여주는 성장세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탄탄한 기술력과 차별화된 경쟁 우위, 그리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결합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이고 있다.
유전자를 도구로 삼아 질병과 싸우는 새로운 의학 시대에서, 한국이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