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결국 이렇게 되네요…” 불티나게 팔아놓고 겨우 200원…소상공인들 ‘울상’

민생쿠폰, 담배 사재기 열풍에 본뜻 퇴색
소상공인 실질 수익 미미…기대와 달라
‘담배깡’ 논란에 구매 제한 필요성 대두
민생쿠폰 담배 사재기
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목표로 전 국민에게 지급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 예상치 못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경기 진작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편의점과 동네 마트에서는 쿠폰을 사용해 담배를 사재기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대형마트 사용이 제한되자, 소비자들의 발길이 손쉽게 사용 가능한 동네 상점으로 향하면서다. 두둑한 담배 몇 보루를 들고 편의점을 나서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장면이 됐다.

담배 매출만 늘고 남는 건 쥐꼬리…소상공인엔 ‘그림의 떡’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민생지원금 절망편’이라는 이름으로 쿠폰을 사용해 담배 수십 갑을 구매했다는 인증 게시물이 잇따르고,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흡연지원금’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오간다.

소비쿠폰 디자인
출처 : 연합뉴스

복잡한 사용처를 일일이 확인하기보다, 유효기간 안에 확실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담배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소비’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유사한 패턴이 관찰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당시 4개월간 담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 장기간 보관이 용이하고 모든 소매점의 가격이 동일하다는 점이 소비쿠폰의 가장 손쉬운 사용처로 담배를 지목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담배 판매 급증이 소상공인의 이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담배는 마진율이 10% 미만으로 매우 낮은 대표적인 ‘미끼 상품’이다.

민생쿠폰 담배 사재기
출처 : 연합뉴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팔면 점주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200원 남짓에 불과해, 매출만 부풀릴 뿐 실질적인 소득 증대 효과는 미미하다.

기대와는 다른 민생지원금 효과, 이제는 현실적 보완이 필요하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장기 보관이 쉬운 담배의 특성을 악용해 현금화하려는 이른바 ‘담배깡’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소비 행태가 정부가 의도한 내수 진작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한부 자산인 소비쿠폰을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생필품 대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담배로 교환해두려는 ‘합리적 비축’ 심리가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민생쿠폰 담배 사재기
출처 : 연합뉴스

과거 미국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푸드 스탬프(식량 쿠폰)의 구매 품목에서 주류와 담배를 엄격히 제외했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대와 어긋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더 세밀하고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정책의 온기는 일부에게만 편중된 채 흩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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