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한 그릇 2만 원 돌파
닭고기 도축량 7월에 1억 마리 넘어
복날 소비 급증에 가격 치솟아

여름철 한국인의 대표 보양식이었던 삼계탕이 이제는 ‘서민 음식’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외식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전국 각지의 삼계탕 가격이 2만 원을 돌파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삼계탕 2만 원 시대, “서민 보양식은 옛말”
29일 요식업계에 따르면 광주 지역 유명 삼계탕 전문점들의 가격은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 동구와 북구에 지점을 둔 A 전문점은 올해 기본 한방삼계탕 가격을 2만 원으로 올렸다.

서구의 B 음식점도 약초삼계탕 가격을 지난해 1만 9천 원에서 올해 2만 원으로 인상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광주의 삼계탕 외식 평균 가격은 1만 6천400원으로, 2020년(1만 4천200원)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이러한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은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과 이상 기온, 그리고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과 같은 복합적 요인이다.
특히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국내 닭고기 수입의 약 86%를 차지하던 브라질산 수입이 5월 중순부터 금지되면서 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다.
여름철 닭고기 소비, “평소보다 두 배 더 먹는다”

이는 여름철 닭고기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여름철, 특히 7월 닭고기 소비량은 평상시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다.
한 연구에서는 1인당 하루 닭고기 섭취량이 평상시 11~13g에서 여름철에는 약 23g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요를 반영하듯 작년 7월에는 한 달 동안 도축된 닭이 1억 마리를 넘었으며, 이는 겨울철(2월) 대비 약 3,000만 마리가 더 많은 수치다.
특히 초복과 중복 무렵에는 삼계탕용 닭이 전체 도축 마릿수의 1/3에 가까운 약 3,000만 마리에 달한다.

한국인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는 약 26마리(정육 15.7kg)로, 이 중 상당 부분이 삼복 시즌에 집중된다.
정부 대책 마련했지만 “물가 안정은 아직 요원”
이처럼 특정 시기에 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닭고기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축산재해대응반’을 운영하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농식품부는 다음 달 6일까지 전국 대형·중소형마트 할인 행사를 지원하고, 다음 달 4∼9일에는 전국 전통시장 130곳에 대한 100억 원 규모의 현장 환급 행사도 예정하고 있다.

이는 여름철 닭고기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에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8월 이후 브라질산 수입 정상화 및 국내 생산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가격이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이상기후 영향으로 삼계탕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도소매 과정을 거친 삼계탕 원재료와 부재료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으며,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가축 폐사가 증가한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여름 성수기의 높은 수요와 해외 수입 이슈가 반복될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