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으로 관세 막았다?”… 관세 협상 ’반전‘ 부른 전략, 대체 무슨 일

2008년 광우병 시위 사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져
미국을 설득한 결정적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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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소고기·쌀 관세 협상 / 출처 : 뉴스1

한미 통상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미국이 줄곧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와 쌀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한국은 이를 관철시키지 않았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이 사용한 설득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17년 전 그 사진이 협상장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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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쌀 관세 협상 / 출처 : 연합뉴스

한미 통상협상 테이블에서 한국 측이 꺼내든 비밀 무기는 다름 아닌 2008년 광우병 집회 사진이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1일 브리핑에서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다.

“어떤 단계에서는 공중에서 2008년 광우병 시위를 찍은 장면을 가지고 다니면서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상무부 장관에게 보여주고 설득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농식품부의 수습 사무관이 일일이 당시 관련 사진을 앨범에 모은 것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17년 전 촛불 집회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린 사진들이 협상장에서 한국의 정치적 현실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 셈이다.

레드라인을 지킨 농식품부의 끈질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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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쌀 관세 협상 / 출처 :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는 애초부터 쌀과 소고기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협상에서 제외시키려 노력해왔다.

미국이 줄곧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와 쌀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정치적 민감성과 식량 안보 문제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 정부 내부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부처 간에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국민 건강을 우선시하고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결국 김 실장은 31일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할 수 있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농업인들이 걱정하셨던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잘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온도차 드러난 양국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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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쌀 관세 협상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협상 타결 후 양국 정상과 고위당국자의 발표에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할 것이고 자동차, 트럭, 농업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반면 김용범 정책실장은 곧바로 이어진 브리핑에서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양국 발표의 차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 실장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협상을 책임진 각료들 간 대화인데, 농축산물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농축산업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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