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캠핑족은 시원한 대관령으로
가뭄 심각한 강릉, 화장실 물 빼가기
저수율 전국 최저 수준, 피해 확산

“가뭄이 심각해요. 물을 절약합시다.”라는 문구가 붙은 공중화장실에서 한 중년 여성이 15리터짜리 대형 물통을 가득 채워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강원 강릉시 성산면 대관령옛길 ‘반정 전망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캠핑카 물탱크에 주유하듯 물을 채워 넣는 광경이 30분 동안 반복됐다.
심각한 가뭄으로 고통받는 지역에서 펼쳐진 이 모습은 현지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온에 저수율 최저… 가뭄 장기화 현실화

28일 강원도와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도내 주요 저수지 저수율은 63.1%로, 전국 평균(77.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는 제주(52.9%)에 이어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영동지역의 가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강릉(43.1%), 삼척(45.1%)의 저수율은 절반도 채우지 못했고, 고성(61.1%), 양양(55.4%)도 도 평균보다 낮은 상태다.
강릉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29일 기준 33.8%로, 평년 같은 기간(68.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달 현재 강릉·동해·속초·삼척·양양지역이 ‘보통 가뭄(주의)’ 단계에 있으며, 8월에도 ‘약한 가뭄(관심)’ 단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 전역에 내달 초까지 비 예보가 없어 가뭄 상황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시설 휴관부터 화장실 제한까지… 확산되는 피해
강릉시는 이러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공공수영장 임시휴장에 들어갔으며, 시청 등 공공기관의 수돗물 수압은 물이 졸졸 나올 정도로 약하게 조정했다.
경포해수욕장 유료 샤워장에는 “샤워는 5분 이내로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으며, 피서객들이 모래가 붙은 발을 씻는 용도로 설치한 수도꼭지는 아예 제거했다.

북쪽 공중화장실에는 저수율이 25% 미만으로 떨어지면 폐쇄하겠다는 안내문까지 부착됐다.
또한 26일부터 8월 17일까지 강릉올림픽파크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던 하루 최대 1,600명 수용 규모의 어린이 실내 물놀이장 ‘2025 강릉썸머아레나’ 개장도 연기됐다.
물 부족과 폭염 피난민 충돌… 갈등 고조
이런 상황에서 폭염을 피해 시원한 대관령으로 몰려든 캠핑족들의 행태가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강릉보다 기온이 15도가량 낮은 대관령 일대는 ‘폭염 피난처’로 알려지면서 캠핑차량으로 넘쳐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캠핑족들이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공중화장실 수돗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다. 캠핑차량 1대당 1020리터 규모의 대형 물통을 기본 45개씩 쟁여놓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캠핑객들의 최소한의 절제와 양심이 요구되며, 지자체 역시 이같은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관련 조치와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가뭄 장기화에 따라 상황 관리 체계 유지를 빈틈없이 하고, 대책을 모색해 피해 예방에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아니 그렇게 비가 왔는데 강릉엔 비가 안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