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 모기? “올해는 안 보인다 좋아했는데”… 전문가 경고에 ‘깜짝’

모기가 사라진 도심, 37℃ 폭염에 개체수 급감
물웅덩이 말라 번식지 사라져… 생태계 비상
전문가들 “가을모기 대량 발생 우려,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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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모기 개체수 급감 / 출처: 연합뉴스

여름철 귀가 간지러운 날 없이 조용하다 했더니, 모기들이 자취를 감춘 이유가 드러났다.

예년이면 도심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던 ‘여름모기’가 올해 이례적인 폭염에 대거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이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며 오히려 ‘가을모기’의 대량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폭염에 자취 감춘 모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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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모기 개체수 급감 / 출처: 연합뉴스

27일 서울시가 제공하는 모기예보에 따르면 25일 기준 모기 발생지수는 ‘관심'(2단계) 수준에 불과하다.

보통 7월 중순이면 ‘주의’나 ‘불쾌’ 단계에 도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모기활동지수도 38.9로, 밤에 야외에 10분 서 있을 때 5번 이상 물릴 수 있는 ‘100’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6월 모기활동지수가 ‘100’까지 치솟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6월 내내 100 이하를 유지했으며, 7월 10일에는 모기활동지수가 ‘0’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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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모기 개체수 급감 / 출처: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작년 이맘때는 매일 밤 모기에 시달려 방충망 전체를 교체했는데, 올해는 모기약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며 “러브버그, 날파리 등은 있지만 모기는 정말 씨가 마른 것 같다”고 전했다.

생태계 위협하는 폭염의 영향, 곤충의 비상

이러한 현상은 폭염으로 인한 서식환경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모기는 일반적으로 15~30도 기온에서 활동하며, 폭우보다는 비가 주기적으로 내리는 환경을 선호한다.

그러나 올해는 6월 초부터 시작된 35도 이상의 역대급 폭염으로 모기의 알을 낳을 물웅덩이가 말라버린 데다, 짧은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모기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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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모기 개체수 급감 / 출처: 연합뉴스

김동건 기후변화매개체 감시거점 센터장은 “장마가 뒤늦게 오면서 모기들이 주로 활동하는 시기에 우수관로에 빗물이 집중적으로 유입되어 유충들이 많이 쓸려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폭염의 영향은 모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비는 폭염과 서식지 파괴로 빠르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꿀벌은 기온 상승에 취약해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곤충 개체수 감소는 식물 수분, 먹이사슬, 토양 건강 등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가을모기 대량 발생 우려, “미리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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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모기 개체수 급감 /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폭염이 주춤해지는 시기부터 늦더위가 이어지는 가을까지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건 센터장은 “단기간에는 모기 유충이 없고 성충 밀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가 그치고 나서 열흘 뒤부터는 모기 밀도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 장구벌레가 모기가 되기까지 약 열흘이 소요되며, 모기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도는 25~30도 사이다.

특히 말라리아를 옮길 수 있는 모기도 증가 추세라 경기 북부 5개 시군과 인천 강화도에는 말라리아 경보가 발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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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모기 개체수 급감 / 출처: 연합뉴스

모기 발생단계가 현재처럼 ‘관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방충망 사용과 늦은 시간 환기 자제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

물이 고일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하고 야외 모기유충 서식지를 관리하는 등 가을철 모기 대량 발생에 미리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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