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파묘’에는 ‘쇠말뚝’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일제 강점기 때 민족 정기를 끊기 위해 곳곳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일제가 한반도 곳곳에 ‘쇠말뚝’을 박은 건 사실이다
한반도 땅 곳곳에서 실제로 쇠말뚝이 발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파묘’에서는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한 행위라고 해석했고, 영화가 나오기 전에도 이러한 이야기는 대중에 널리 퍼져 있었다.
역사학계에서는 ‘쇠말뚝은 풍수지리와 무관하다’는 것이 주된 입장이다. 관련 문헌이나 기록이 없어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역사학자들은 쇠말뚝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다”, “토지 측량 과정에서 있었던 강압적 분위기가 민족적 감정과 얽혀 그러한 소문이 확대된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쇠말뚝은 ‘토지 측량’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쇠말뚝 이야기가 성립하려면 기본적으로 풍수 사상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일본에는 풍수지리 관념이 희박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토지 측량을 위한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농경 사회에서는 ‘땅’을 그 무엇보다도 중히 여긴다. 특히 유교 문화에 따라 보호해야 할 조상의 묘 근처에 일제가 쇠말뚝을 박는 것은 그 자체로 당시 사람들의 반감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
일제가 민족 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은 게 아니라 하더라도, 나라를 점령당하고 땅을 빼앗긴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분노를 일으키는 상징물이 되었을 거라는 해석이다.
‘민족 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제 수탈’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쇠말뚝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단지 토지 측량을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쇠말뚝의 목적을 생각해보면 관점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일제의 토지 측량은 곧잘 경제적 수탈로 이어졌다. 토지를 측량한 것 자체가 식민지 조선의 땅을 파악하여 자기 것처럼 쓰기 위한 목적이었다.
우리 민족은 일제 치하에서 매일매일 힘겨운 생활을 견뎌나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농사 지을 땅까지 빼앗고, 여기에 쇠말뚝을 박으며 토지를 측량하는 모습이 좋게 보였을 리 없다.
35년 간의 일제 강점기가 이어지는 동안 민중들에게 쇠말뚝은 일제 탄압의 표식이자 증거였을 것이다.
억지로 어떻게든 부정적으로 만들려고…애쓴다 애써..
그래서 산 꼭대기 바위에 쇠말뚝을 4개씩이나 박나요